문화 대간 기행
농사짓는 지리산 핑계 나무 이야기
잡초 핑계
가뭄 핑계
병충해 핑계
일손 핑계
태풍 핑계
농사는 핑계 천국에서 식량을 살려내는 일이다
농사 핑계 중에 으뜸은 게으른 핑계인데 그것은 농사 핑계에 들지 못했다
게으른 농부는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농사의 5대 핑계는 사람의 부지런한 손발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지리산 작은 마을에 핑계 나무가 있었다
다락논 중간에서 그늘이 되어 샛참장소가 되었고 논에서 일하던 어머니가 아이를 허리와 나무 몸뚱이에 묶어 놓은 아이 보는 나무이기도 했다
그 마을 부잣집에 머슴이 새로 들어왔다
농사철이 되어 누구나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할 머슴은 다락논 나무 그늘에 앉아 핑계 타령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가을에 그 머슴이 지은 논에서는 풍년이 들리 없었다
주인이 그 이유를 묻자 잡초 핑계, 가뭄 핑계, 병충해 핑계, 일손 핑계, 태풍 핑계를 댔다
주인은 그 핑계들이 왜 옆 논에서는 살지 못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것은 땅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땅 핑계를 댔다
주인은 마을 사람들에게 자기 머슴이 농사를 어떻게 지었는지 물었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손가락으로 다락논 중간에 있는 큰 나무를 가리켰다 그러면서 머슴이 그 나무 아래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주인이 그 나무로 가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산에서 나무 짐을 지고 내려오던 노인이 그 나무 아래에 지게를 받쳐놓고 핑계 타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농사는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것을 농사꾼은 손발이 다 닳도록 허리 굽혀 일들 하네 핑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잡초 핑계 가뭄 핑계 병충해 핑계 일손 핑계 태풍 핑계만 대어도 가을 풍년이 저절로 들어온 것을 언제나 깨달을까나"
핑계 나무는 경지정리 핑계를 대며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