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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근 Jul 21. 2021

문화대간 기행

옹기장은 자신이 만든 항아리를 정확히 알아낸다

문화대간 기행

옹기장은 어떻게 자신이 만든 항아리를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


지리산에 가야시대부터 토기를 만들었다는 아영 점촌 골이 있다

역사적 기록으로는 몇백 년의 마을 정착사를 가졌으나 문화적으로는 천년 넘은 구전을 가진 마을이다

토기를 만들던 그곳에 들어선 지금의 당동 저수지 자리에 수많은 토기 파편 유물들이 있었다고 하니 문화적으로 천년의 시간을 가진 마을이다


그곳에서 흙을 잘 다루던 사람들은 이웃으로도 나아갔고 인월 땅에서 또 하나의 점촌마을을 이루었다고 하니 지금도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조선시대에 이르러서 그 후손들의 손재주는 항아리를 잘 만들게 되었고  가까운 고을에까지 그분들의 항아리는 널리 퍼져 나갔다


"옹기는 탯자리에서 삼십 리 안으로 가서 산다"는 말이 있다

운반이 어렵던 시절 옹기장이가 만든 항아리는 대부분의 소비처가 삽 십리 안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고을 지방마다 항아리의 특징이 생겨났다


그런데 어떠한 연유로 아주 먼 곳에서 같은류의 항아리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옹기장이가 그곳으로 이사를 가서 자리를 잡고 옹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조선 팔도 먼 곳에서 생면부지 형제 항아리가 산다"는 말은 거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나는 지리산 가야와 관련된 구전을 찾아다니다가 이 지역 사람들의 항아리와 연관된 이야기를 조사하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옹기전에 모여 있는 수많은 항아리들 중에 옹기장은 자기 손을 거쳐간 항아리를 금세 알아본다는 것이다

마치 훈련소 연병장에 모인 머리를 깎은 똑같은 모습의 수천 명 입소병 가운데 자기 자식이 어디에 있는지 부모가 금세 알아낸 것과 같이 말이다


그것은 자신의 혼 조각이 항아리에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옹기장은 흙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고 항아리 속에 살게 한다

그래서 항아리 속에는 자신에게서 분가한 혼의 분신이 사는 것이다

그 혼의 분신이 주인의 눈을 통해 자신의 존재 신호를 보내고 서로 이음 하는 접신을 하여 옹기장이가 자신이 만든 항아리를 단번에 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백성의 마음에는 고을의 어떤 고통이 이어져 있는지를 살펴내는 것이 선정이고 그것은 혼을 사르는 심정에서 나온다


소통은 혼이 서로 접신하는 것이다

영혼 없음이 소통의 장벽인 것은 공동체가 혼의 이음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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