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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근 Aug 11. 2021

문화대간 기행

농촌 마을은 쓰임의 수평적 공동체다

농촌 마을은 쓰임의 수평적 공동체다


서울에서 고향 마을 사람들이 향우회를 열었다

지리산 산골 작은 마을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의 향우회 모임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열렸다


어느 해 가을 향우회 모임에서였다

어렸을 적 동네 개울과 동산에서 함께 뒹굴며 놀던 허물없던 선후배들 사이였던지라 술자리도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향우회 모임에 나오지 않은 사람 하나를 두고 그날은 성토장이 되었다


"그 자식 배우지도 못하고 근본도 없는 촌놈이 서울 와서 돈 좀 벌었다고 동네 선후배 알기를 우습게 알고 코빼기도 비치치 않고 아주 싸가지가 없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씩 거들자 향우회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그때 그 향우회 고문인 80대 어르신이 나섰다


"그 사람이 초등학교만 나온 것은 가정 형편 때문인 것이긴 하나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서울에서 가장 험한 일이라는 리어카 고물상을 해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 아닌가 고향에다 방범대 순찰차도 기증해주고 좋은 사람인디 사정이 있어서 향우회에 못 나오는 걸 두고 욕을 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그 사람이 근본이 없다는 말은 그 집안 택호가 개뼈다귀 댁이라고 해서 그런 모양인데 여러분 집안도 다 택호를 가지며 사람들이 함양 댁 아들, 고창 댁 며느리 같이 부르듯 그 사람 집도 다른 집에서 가진 것처럼 개뼈다귀 댁의 택호를 가졌을 뿐이네 그 사연

인즉 우리 동네는 산중이라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다니면서 약초랑 나물이랑 버섯 같은 것을 따고 캐러 다닐 때 옻나무와 접촉해서 옻이 오르면 엄청나게 고생을 하는데 개 뼈를 옻 오른 피부에 문지르면 상태가 좋아져 산중 사람들은 그것을 치료제로 써온 조상 대대로의 풍습이 있었고 그 집이 개 뼈를 모아두는 집이었다네 사람들이 가져다가 잘 활용하라고 말일쎄 우리 어른들은 그 집을 동네에서는 아주 필요한 일을 하는 집이라고 생각했다네 그래서 그 집 조상들은 큰 동물들과 싸우다 어딘에선가 죽어 남아 있는 개 뼈를 찾아서 집에 잘 보관해 두었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그런 택호를 지어 부르게 된 것이고 촌장 댁이나 훈장 댁이나 할 것 없이 똑같은 위상으로 생각을 하며 사용한 호칭인 것이기에 천한 집안이 아니라는 말일쎄


농촌과 마을 어떻게 상속되어 가야 할까?

Mz 세대들이 깜짝 놀라는 마을 공동체 지진의 진앙지 진단에 꼰대들이 처방을 내는 "라떼는 말이야"의 무대를 철거하는 것이다


마을 공동체에서 나쁜 놈과 착한 사람의 구분 기준은 싸가지와 조상의 유전자 값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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