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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요일 Sep 11. 2022

앞으로 내게 뒤늦은 후회가 없기를

보이지 않는 것이 소중할 때

내가 어두운 밤을 무서워하게 된 건 어렸을 때 코난을 보면서부터인 것 같다. 코난에서의 그 검은색 사람이 너무 무서웠다. 그 사람은 항상 어두운 상황에서 범죄를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이불을 꽁꽁 뒤집어쓰고 TV를 응시했다. 그 뒤로 가로등이 있던 없든 사람이 없는 깜깜한 밤에는 친구랑 전화를 하면서 귀가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용감하게 걷는 척을 하며 빠르게 집으로 돌아간다. 밤의 거리는 나에게 무서운 것 중 하나다.


정말로 겁이 많고 잘 놀라는 편이지만 귀신이 나오는 영화나 공포영화를 아이러니하게 좋아한다. 깜짝깜짝 놀라며 영화를 다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뭔가 길이 엄청 어색해 보이고 당장 골목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아 경보로 후다닥 집으로 가기도 한다. 특히 귀가한 후 자려고 누운 침대 위에서 내 방을 쓱 둘러볼 때 공포가 정말 극심해진다. 방 구조가 달라 보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정적에 창 밖에서 경적소리라도 들리며 깜짝 놀라기 일수다.



귀신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은 무언가 대단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있는 것 같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진짜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 신뢰, 우울, 스트레스 같은 감정들도 보이지는 않지만 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가끔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더 소중할 때가 있다.


종교, 사랑, 약속처럼 보이지 않는 믿음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삶의 가치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오히려 보이지 않고 오감으로 느낄 수 없기에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나에게는 건강과 사랑이 정말 소중하다.


근 3년간 나는 몇 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소중한 가족의 죽음, 함께했던 반려동물의 죽음, 먼 친척의 죽음 등 ‘왜 이런 일이 내 주변에 계속 일어날까’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다. 만들고 싶었던 추억이 정말 많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사랑과 호감 등 긍정적인 감정들을 더 나누고 서로를 의지하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었는데 떠나버린 그들과는 이제는 할 수 없다.



이제는 안다. 후회는 아무 효력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후회를 줄이려면 지금 내게 남은 사랑을 최대한 나누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 나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면 시간이 아주 지난 후에 뒤늦은 후회는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후회를 안 할 수는 없다. 내 곁에서 사라지면 잘해준 기억은 온대 간대 사라지고 못해줬던 기억만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올 것이니 말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힘이 있는 것처럼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소중함을 알고 내 옆의 보이는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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