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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마루 Oct 26. 2016

파란만장 좌충우돌 윈난 여행기-리장(丽江, 여강)(2)

7- 리장고성(丽江古城, 여강고성)의 여기저기

      높은 곳에서 리장고성을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아름답다기에 사자산 공원을 찾아갔다. 가다 보니 주변에 전망도 좋아 보이고 예쁘게 꾸며진 카페들이 즐비했다. 굳이 입장료를 내고 공원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구경도 하면서 쉬기로 했다.

   지나던 카페에 매달린 소원 나무 푯말들. 다들 빼곡히 자신들의 소원을 적어 놓았다.


아이슈타인이 익살스럽게 그려져있던 서점.

   카페 올라가는 계단에도 카페 탁자에도 나시족 그림 문자가 앙증맞게 새겨져 있다.


   카페의 분위기는 뭐랄까 하나로 통일되지 않은 산만한 분위기. 그냥 분위기 내러 한 번은 왔다 가기는 괜찮지만 내 집이라면 결코 이렇게 꾸밀 것 같지 않은....^^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카페가 다 그렇듯 커피나 음료의 맛은 그다지 추천할 만하지 않았다. 가격도 엄청나게 비쌌다. 둘러보다 보니 벽에 뭐라 쓰여 있고 2원이라 되어 있기에 저건 뭘까(음료의 가격이 그럴리는 전혀 없기에) 싶었는데 차를 마시지 않고 전망만 구경하는 데 받는 카페 입장료란다.^^



   카페에서 내려다본 리장의 모습. 비가 오락가락하던 날씨라 하늘이 파랗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시원하고 마음 편한 풍경이었다. 


   카페에서 나와 무푸(木府, 목부) 찾아가는 길에 리장에서 유명한 꽃빵도 사 먹고. 나는 꽃향기가 나서 먹기가 좀 그랬는데 애들은 의외로 괜찮다는 평이었다. 그림문자로 되어 있는 지도도 보고. 나는 왜 이렇게 이 문자가 예쁘고 좋은지 모르겠다. 익살스러운 동상들 옆에서 사진 찍는 중국 아이 사진도 몰래 같이 찍고.


   고성 내의 가장 번화한 길인 스방지에(四方街, 사방가)에 가까이 갈수록 가게들의 규모가 커진다. 쇼윈도 장식이 매우 신선했던 중국 핸드백 회사의 점포도 볼 수 있고 아이들이 들어가서 한참을 나오지 않던 커다란 규모의 기념품 가게도 여러 개 되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벚꽃마을이라는 음식점이었다. 책이나 블로그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번화한 거리에 그것도 점포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점포가 몰려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한국식으로 치면 백종원의 고깃집, 커피집, 포장마차, 짜장면집 등이 한 골목에 다 모여있는 광경이랄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아예 이 거리가 벚꽃마을 거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하나는 음식점, 하나는 바, 하나는 클럽, 하나는 카페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점포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낮에는 그냥 지나가면서 참 신기하네 싶었는데 밤이 되자 이 곳은 완전 환락가가 되어 버렸다.


   우리는 클럽을 찾아 들어간 게 아니었다.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서, 이곳 안주인이 한국인이라서 한국음식을 한다는 이야기에 얼큰한 김치찌개에 시원하고 깔끔한 냉면이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이었다. 분명히 음식점이라 쓰인 간판이 있는 입구로 들어갔는데 우리가 안내되어 앉은 곳은... 마구 뿌려대는 뿌연 스모그 아래에서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김치찌개를 먹게 될 줄은.... 좀 시간이 지나 어둑어둑해지니 더 가관이었다. 옆 가게는 락클럽이었던가 보다. 둥둥둥둥 울려대는 클럽 음악소리에 아직 손님은 거의 없고 종업원들 뿐인데도 그 종업원들이 하나같이 담배를 손에 들고는 연기를 내뿜으면서 돌아다니는데.... 이건 담배 연기의 소굴로 어서 들어오라는 건가? 그 종업원들이 이 음식점에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닌다는 것. 창문은 하나같이 다 닫혀 있는데 이 담배연기는 누가 다 마시나요?  음식의 맛도 우리가 기대하던 그런 한국적인 맛은 아니고. 엄청나게 시끄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고 담배 연기 때문에 질식해 죽을 것 같고. 그래서 시켜놓은 음식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냥 나와 버렸다. 

   나오고 난 후부터 리장 고성 내에 쭉 머무는 동안 계속 기분이 안 좋았다. 이 아늑하고 편안한 고성의 밤을 정신없이 만들고 있는 존재가 왠지 한국과 관련 있다는 생각에....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은 다국적인 분위기라서 좋아할 수도 있으려나? 하지만 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리장에서 지우고 싶은 기억이었다.


   리장고성 안을 돌아다니며 신랑과 열심히 찾아본 게 바로 이것이다. 위룽쉐산(玉龍雪山, 옥룡설산) 1일 투어. 각종 블로그에 중국 사설 여행사의 1일 투어로 참여하는 게 비용상으로나 일정상으로나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중국 사설 여행사가 불만족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또 우리를 공황상태에 빠뜨릴 여행사를 찾아다닌 거다.^^

    우선은 숙소에서 가까운 곳부터 한 곳씩 들어가서 영어가 되냐고 물었다. 안 된다는 여행사는 패스. 또 어찌하다 보니 우리가 옥룡설산을 가려고 하는 날이 일요일이어서 표가 이미 없다고 말하는 여행사도 패스.(한참 성수기에 휴일까지 겹치니 예매가 많이 어려웠다...) 돌아다니며 한곳 한곳 가격을 물어보니 안내판에 붙어 있는 가격과는 달리 여행사 별로 차이가 많이 났다. 그래서 그중 가격도 괜찮고 규모도 크고 우리말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점원이 있던 곳에 가서 예약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1인당 650원이면 가능하다는 말에 예약서(여긴 예약서도 완전히 무슨 계약서처럼 자세히 쓰기에 시간이 꽤 걸렸다. 어디서는 예약서는 커녕 영수증도 안 주더니 어디서는 장장 3페이지에 달하는 예약서를 쓰라하고... 종체 감을 잡을 수가 없는 나라다.)를 쓰려고 하고 있는데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서 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더니 650원에 안 된단다. 지금이 성수기라서.... 그래서 그럼 얼마에 되냐고 했더니 700원에 해주겠단다. 이미 밤도 늦었고 다른 곳에서 물어본 가격과 비슷하고 하길래 그럼 그렇게 하자고 하며 예약서를 쓰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와서 점원에게 뭐라고 말을 하니까 점원이 매우 난처해하며 둘이서 한참을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우리에게 그런다. 700원에도 못해주겠다고. 뭐 이런 상황이... 우리한테 뭐라고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알아듣지는 못하겠고. 어쨌든 700원에는 안 된단다. '그럼 우리는 뭐냐, 처음부터 안 된다고 했으면 여기서 시간 버리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며 안 되는 영어, 중국어 다 동원해가며 항의를 해 봐도 안 된단다. 점원은 매우 미안해하는 표정이나 사장은 미안한 기색 전혀 없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런다. 아마 다른 손님을 받았거나, 내일이면 더 비싸게 팔 수 있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 정말 화나. 아무리 얘기해도 말이 통하지 않기에 그럼 우리가 쓰던 예약서를 달라고 그랬다. 예약서에 우리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가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단다. 아마 예약서 장수를 맞춰 놓아야 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우리 개인 정보에 그냥 줄을 그어서 보관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말 화가 난 신랑이 예약서를 뺏어서 우리 정보가 있는 페이지를 아예 찢어버리고는 나머지만 돌려줬다. 그리고는 우리는 너희 때문에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고 말하고 나와 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허비한 탓에 아까 알아두었던 다른 여행사들은 이미 문을 닫아버렸고. 어쩔 수 없이 내일 아침 일찍 알아볼 수밖에. 오늘도 표가 많이 없었는데, 내일은 남아 있는 표가 있으려나 싶어 참으로 암담한 밤이었다. 옥룡설산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에...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가보니 아직 여행사는 문을 열기 전. 멀리도 못 가고 여행사 부근의 음식점에서 중국식 아침 식사로 대충 아침을 먹고 여행사 문 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여행사는 문 열 생각도 안 하고. 한참을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 또 다른 여행사를 찾기로 하고 다른 골목들을 돌아다니는데 역시나 표가 없다는 곳이 태반이었다. 그러다 운 좋게 발견한 한 여행사. 내일 옥룡설산 갈 수 있나고 물었더니 가능하단다. 우리가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확인해 달라, 표 있는 게 맞냐 했더니,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고는 표 있단다. 아, 어떻게든 여행을 할 수는 있게 해주는구나...^^ 가격도 1인당 700원. 한참의 설명과 그보다 더 긴 예약서 쓰는 시간도 우리는 옥룡설산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감내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또 확인의 시간. 어디서, 몇 시에 만나는지, 연락은 어떻게 오는지, 몇 번을 확인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저녁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옥룡설산 투어 때문에 신경을 써서 인지 감기 몸살기가 있었다. 그냥 하루는 여기서 쉬었으면 좋겠구먼, 신랑은 바이샤(白沙, 백사) 마을이라도 다녀오잔다. 리장고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시족 무씨의 발상지라는 곳이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 억지로 백사마을 안에 있는 예전에 무씨가 살던 집을 둘러보고 하는데 신랑은 거기까지 왔으니 백사마을 거리도 돌아보자고. 별로 보고 싶은 곳도 아니었고 몸은 힘들고 결국은 거기서 폭발해버렸다. 나는 분명히 몸이 힘들어 가고 싶지 않다고 신랑한테 표현한 것 같은데, 신랑은 그렇게 힘들면 가지 말자고 하지 왜 화를 내냐고... 참 20년 가까이 함께 살아도 여전히 서로를 너무 모른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과는 여행을 하면 안 된다고 하나보다. 그때는 속으로 '앞으로 정말 이 사람과 여행을 같이 하면 내가 사람이 아니다'라고 다짐에 다짐을 했더랬다.^^

   리장 자체가 고도가 높은 지역이라 비가 오니 구름이 저렇게 낮게 걸려 있다. 날씨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낮게 깔린 날이었다. 그래도 내일은 기운 내서 옥룡설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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