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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Y Apr 05. 2023

이혼이냐 아니냐 그 기로에 서서

ep.01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

결혼 몇 년 차더라...

십 년 좀 넘었을 뿐인데 결혼한 그해부터 다시 떠올리며

몇 년 차인지 세어본다.

결혼 15년 차 만 14년을 한집에 살고 있다.

22살 남편을 처음 만났던 그때로 돌아가 남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왜 이 남자와 결혼을 해도 좋겠다 생각했는지...

정말 신기한 인연으로 만난 남편과의 인연인지 악연이지 모를 만남의 시작, 지금 생각해 보니 선택의 기로에서 나는 앞날을 생각지 못했고 실연의 아픔에 허덕이고 있던 중이라 이것이 동화줄인지 썩은 동화줄인지 생각도 못하고 덥석 잡아버렸던 것 같다.

아... 그런데 옛날 생각하니까 왜 이리 괴로운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와 함께하며 우울하고 분노했던 지난날을 다시 끄집어 내려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을 해봐야겠다.

이 남자와 계속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지 아니면 당장 이혼하는 것이 남은 내 생에 더 나은 선택이 될지를 결정해야 하기에 괴롭지만 생각해야 한다.


일단 내 남편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는? 밥은? 자자? 집에 오면 세 가지의 물음만 한다는 무뚝뚝함의 대명사 같은 경상도 남자 중에 경상도 남자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나를 잡아야 하니 미끼를 마구 던졌었다.

그리고 역시나 다 잡은 물고기에는 더 이상 미끼를 주지 않았다.

사귀면서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과 그의 거짓말들로 여러 번의 헤어짐의 위기가 있었고 헤어진적도 있다. 그때 그냥 헤어졌어야 하는데 사귀는 동안 당한 것들에 너무 분해서 복수에 찬 마음으로 비굴하게 다시 만나자 매달려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내가 너를 최대한 아프게 하며 뻥 차주겠다는 마음으로... 그러나 사람이 그런 나쁜 마음을 먹으니 그 마음이 나에게 독이 되어 어쩌다 이 남자와 결혼까지 하게 된다.

사귀면서 이 남자와 결혼을 해도 좋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7살 차이 나는 남편은 사회생활 중이었고 나는 휴학 중이었다. 휴학을 끝마치고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 다시 다니기 위해 짐을 싸들고 자취방으로 향하던 날이다.

남편은 전날 야간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을 했고 200km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나와 나의 많은 짐들을 옮겨주었다. 그런데 채광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원룸 건물 5층에 자취방을 구했고 잠도 못 자고 장거리 운전을 하고 와서 5층까지 짐을 옮겨야 했던 상황에서 화 한번 내지 않고 짐을 옮기고 욕실청소며 싱크대청소며 집안 청소까지 다 해주는 게 아닌가? 그때의 그 가정적이고 자상한 모습에 이 남자와 결혼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결혼은 연애가 아니었다.

22살에 만나 25살이 되던 해 나는 그와 결혼했다.

결혼의 현실 따위는 전혀 알지 못한 채 결혼이 급 추진되었고 세상물정 모르는 이제 금방 대학 졸업한 여자는 남자의 집안이 어떤지 그 외에 환경은 어떤지 따져볼 생각도 못했다.

1남1녀 중에 장남 집안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어머님의 생활력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런데 결혼 후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독이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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