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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Y Apr 17. 2023

이혼이냐 아니냐 그 기로에 서서

ep.02 사랑과 전쟁 뺨치는 시댁이야기

남편과 결혼한 지 십몇년째....

우린 결혼하기 전부터 많이도 삐걱거렸다.

그런데 그 정이랄까 미련이랄까... 미련한 정이 맞겠다.

미련한 정으로 결혼까지 했고 사랑의 감정보다는 미움의 감정이 더 컸다. 나의 감정을 속이고 어쩌면 내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며 이 남자와 결혼까지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이 무뚝뚝하고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며 이기적인 이 남자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자만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남자를 다시 잡고 결혼을 하고 모든 게 내 잘못이다.

결혼을 하고 나니 그 사람의 단점도 단점이지만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시댁식구들의 문제가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결혼 전에는 시어머니의 경제관념이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고 상처 줄거라 생각도 못했다.

결혼을 하고 몇 달을 시댁 단칸방에서 지냈다.

남편이 살던 방

결혼 전 놀러 갔던 날 겨울패딩에 슬리퍼까지 신고 방에서 생활하던 남편의 모습을 한번 더 생각해봤어야 했다.

그 방은 햇볕도 잘 들지 않는 방이라 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운 방이었다.

남편이 살던 그 방에 내 몸만 그대로 들어온 것이다.

엄마가 해준 목화솜이불 한 세트와 함께

2월 시리고 또 시린 계절에 결혼해 그 어두운 방에 들어와 지내니 춥다.  집에 보일러도 틀지 않고 전기장판으로만 생활하는 오래된 주택의 작은방은 남편이 야근하는 날 혼자 자려면 사람의 온기가 없어 더 추웠다. 전기장판에서 자고 나면 온몸이 아파 내가 들어오고 나서는 그 방에 전기장판을 치웠는데 목화솜이불에만 의존해소 자려니 발이 시려 발을 부여잡고 잔 것이 여러 날이다.

그러다 너무 추워 잠이 들지 못하고 새벽까지 뒤척이다 추위를 못 참고 보일러를 틀었더니 오래된 보일러는 눈치도 없이 굉음을 내며 보일러 틀었다. 온 동네방네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놀라 거실에서 자는 시어머니가 들었을까 싶어 얼른 껐다. 그리고 밤새 수면양말로도 가시지 않은 발끝까지 가득 찬 냉기에 뒤척였다.

시댁에 들어와 살고 있을 때 홀몸이 아니었다.

친정에 가서 집이 너무 춥다 보일러도 틀지 않는다 했더니 두툼한 수면바지를 사뒀다가 챙겨준다.

집에서 그 바지를 입고 지내니 시어머님께서 동네사람들 보면 뭐라 하겠냐며 수면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신다.

문방구와 같이 붙어있는 집이라 동네 사람들이 와서 커피 한잔씩 하고 가곤 했는데 나의 수면바지가 어머님의 면을 구기게 했나 보다. 거기다 집안에서 생활할 때도 양말을 꼭 신으라 하신다. 맨발은 다른 사람들 보기 안 좋다며.... 냉기가 가득한 이 집에서 나의 몸과 마음은 더 차갑게 식어갔다.

결혼식 전날 엄마는 하나뿐인 딸의 결혼에 이것저것 더 해주고 싶은 마음과 사돈에게 우리 딸 잘 봐달라는 마음으로 엄청나게 많은 음식들을 남편 편에 챙겨 보냈다.

그중에 엄마는 평소에 잘 먹지도 못하는 수십만 원 치의 한우, 한우는 시어머님에게 그저 몸에도 좋지 않은 고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니 냉동실에 처박혀있다. 그것을 본 남편이 이 좋은 고기를 왜 냉동실에 넣어 놓냐며 구워 먹고 있으니 그거 뭐 몸에도 안 좋은 거라며 한마디 하신다. 그런데 그 몸에도 안 좋은 한우를 아가씨와 손주들이 오니 꺼내어 요리해 내어 주신다. 이것은 시월드 그 빙산의 일각이었으니....

이제부터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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