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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Y Jan 01. 2024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결혼하고 맞는 첫 번째 기념일들의 악몽

첫째를 낳고 40여 일 만에 맞게 된 결혼 후 첫 번째 생일

그날 시어머니와 아가씨는 아이를 보러 집에 왔고 아이를 보고 집에 가면서 5만 원을 쥐어주며 짬뽕이나 한 그릇 사 먹으라고 하셨다.

모유수유 중이라 먹는 거에 아주 조심하던 때에....


그리고 결혼 후 처음 맞던 남편의 생일날

내게 5만원를 주며 짬뽕이나 사 먹으라고 했던 시어머니는 남편의 생일이니 미역국 끓이고 생선 좀 굽고 잡채 좀 하고 나물 좀 무쳐서 생일상을 차려주라고 한다. 나는 그보다 더 많은 메뉴들을 출산한 지 백여 일 된 몸으로 차려냈지만... 사랑과 정성으로 차려내려던 마음이 저런 말을 들으니 내가 왜 이렇게 챙겨주어야 하는 거지?라는 반발심만 가지게 만든다.

그런데 웃긴 사실은 결혼 전 남편의 생일에 시어머니가 저렇게 차려주었던 적이 있기는커녕 제대로 생일을 챙겨본 적도 없다고 한다. 무슨 심리인 걸까....


우리의 결혼기념일 보다 두 달 앞이었던

시부모님의 결혼기념일

시부모님의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야 된다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가씨와 남편의 주도로 챙기게 되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뭐 그럴 수 있지 챙겨드릴 수 있지 싶었다.


그러나 그 뒤 설연휴와 겹쳤던 우리의 첫 결혼기념일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안이라 명절이라고 해도 큰집에 가지 않으면 그냥 밥 한 끼 먹는 게 다였다.

설날에 시댁에서 이미 식사하고 인사도 드렸는데 결혼기념일에도 친척분들께 인사드릴 겸 잠깐 들렀었다. 첫 결혼기념일이라 근사한 곳에서 밥 한 끼 하며 기념하고 싶었는데 남편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 시댁에서 시간을 지체하며 하루를 보내는 게 썩 기분이 좋지 않았던 차에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보안사무실이라고 저장된 전화

그런데 그 대화내용이 사무적이지 않고 너무나 사적인 대화들에 화기애애하다. 맛집도 알려주며...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은 사무실 여직원 핸드폰 번호를 저렇게 저장해 둔 거였다.

이 여직원과는 결혼 전에도 뭔가가 있었는데

남편의 핸드폰 휴지통에 이 여직원이 보낸 문자가 있던 걸 우연히 보게 되었고 그 내용이 뭔지 보려고 하는 찰나에 남편이 급하게 핸드폰을 뺏어가 삭제해 보지 못했었다. 그 둘의 관계가 찝찝함 가득으로 남아있었는데 저렇게 저장해 두고 첫 결혼기념일 당일 날 그리 다정하게 통화를 하다니!


본인들의 결혼기념일에 챙김을 받았던 시부모님은

당연히 애 봐줄 테니 밥이라도 먹고 오라는 말 한마디 없고 시댁에서 보내고 있는 내 마음 따위도 안중에 없다.


첫 생일과 첫 결혼기념일에 대한 기억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화로 가득 채워 심장이 쿵쾅대게 만들고 몸이 떨리게 만들 정도다.


그 모든 일들에 남편은 미안하기는커녕 아무렇지도 않아 함에 더 치가 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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