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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 Jan 04. 2021

진정한 클린뷰티를 찾아서

유해의심 성분 배제와 함께 고려해야할 것

어느새 화장품 시장의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클린뷰티(Clean Beauty)"



클린뷰티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클린이라는 단어는 화장품에서 깨끗한 피부 표현을 설명할 때도 사용되지만, 하나의 뷰티 카테고리로서의 '클린뷰티'의 시초는 영국 브랜드 REN을 꼽는다. REN은 스웨덴어로 Clean이라는 뜻이다. REN의 CEO Arnaud Meysselle은 임신 중에 기존 화장품 제품들을 사용 후 피부 자극을 겪었는데 천연 대체품들은 텍스처나 기능이 떨어져서 그 대안으로써 2000년 첫 스킨케어 라인을 론칭했다고 한다. 식물유래 성분들로 베이스를 가져가면서 논란이 있는 화학적인 성분들을 최대한 배제하였고, 최근에는 Clean to skin 그리고 Clean to planet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제품뿐만 아니라 원료와 패키지 등까지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 더욱 클린뷰티의 붐이 생긴 이유가 뭘까? EWG에서는 1300여 종의 성분을 유해 물질로 구분하여 화장품에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고 있는 EU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FDA에서의 규제 성분 자체가 11개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EWG의 이러한 주장과 함께 미국의 새로운 인디 브랜드들이 자체적으로 유해성분이나 논란이 있는 성분들을 배제한 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REN - CLEAN SKINCARE


CLEAN AT SEPHORA

클린뷰티의 시초를 REN이라고 한다면 사실 전 세계적으로 클린뷰티 불씨에 불을 지핀 것은 세포라라고 말할 수 있다. 화장품 유통계의 글로벌 No.1 이라고 볼 수 있는 세포라에서 자체적으로 Black List를 만들어 그것을 Clean List라고 불렀고, 입점해 있는 브랜드의 제품 중 그 리스트를 만족시키는 제품에 자체적으로 만든 클린 로고를 부착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등용문과도 같은 세포라에서 새로운 개념을 내세우니 너도나도 클린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실제로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면서 보아온 바로는 클린앳세포라(Clean at Sephora) 등장 이후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실제로 제품 개발 Brief를 보내면서 Sephora 의 클린 리스트에 해당하는 성분들을 배제하여 개발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해외 브랜드들에게 Sephora 클린은 무조건 지켜야 하는 필수 사항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Sephora뿐만 아니라 각 브랜드들이 내세우는 Black List는 비교해보면 유해 성분에 대한 정의가 상이하다. 그리고 대부분 함량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는 없이 무조건적 배제를 주장한다. 소비자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Although some chemicals can be dangerous in very high concentrations, the low doses found in cosmetics do no harm — in the same way that hurricane winds can kill, but a breeze will not, he said.  일부 화학 물질은 매우 높은 농도에서 위험할 수 있지만, 화장품에서 발견되는 낮은 농도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허리케인의 바람은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산들바람은 그렇지 않은 것과 같다. 

- Curtits Klaassen (미국 독성학자, 산업기금위원회 Cosmetic Ingredient Review 회원 인터뷰 중) 


위 글에서 Klaassen은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의 양은 극소량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랜 세월 축적되었을 때 문제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는 그 어떤 누구도 명확하게 답변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듯 아직까지는 클린뷰티가 성분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고, 오히려 명확한 근거가 아니다 보니 사실상 소비자들로 하여금 여러모로 화장품에 대한 공포심을 더욱 자극하는 느낌이다. 


내가 던지고 싶은 두 가지 질문

1. 클린 하기만 하면 제품의 효능은? 

2. 성분만 클린 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도 빠르게 확산 중인 클린뷰티 트렌드 

한국 오프라인 매장의 대표주자인 올리브영에서 2020년 새롭게 클린뷰티 존을 열었다. 아래 3가지를 자체적인 클린뷰티의 기준으로 세웠다. 대부분 한국의 매스이고 대표적인 클린 뷰티로 알려진 닥터 브로너스 (미국)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클린뷰티로 인정하는 브랜드도 있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도 이 안에 속해 있다. 


-16가지 유해의심 성분 필수 배제

-4가지 유해의심 성분 배제 권고

-클린뷰티 가치 추구


올리브영 IFC 몰점 - 2020년 8월
올리브영 IFC몰 점 클린뷰티 존 - 2020년 8월 


국내 클린 뷰티의 선도자, 아로마티카 & 톤28

국내 최초로 EWG 개념을 도입했다는 아로마티카는 최근 내가 눈여겨보고 있는 브랜드이다. 용기는 투명한 유리 용기를 사용하고 있고, 그 유리의 대부분은 재활용된 폐유리를 적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재활용에 있어서도 유리의 경우 투명(무색)이거나 갈색(맥주병) 또는 초록색(소주병)만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코팅 없이 투명 유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다. 고급스러운 용기를 만들기 위한 많은 용기 후가공들이 사실상 환경에는 이롭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화장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펌프의 경우 펌프 안에 보통 스테인리스 형태의 스프링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활용은 불가하다. 일본에서는 리필 제품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퍼스널케어 제품들에 보통 리필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로마티카에서는 리필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아로마티카는 앞으로 많은 용기를 점차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바꿔 나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적극 환영이며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브랜드이다. 


출처: 아로마티카 인스타그램


또 다른 브랜드는 톤 28이다. 맞춤형 바를거리라는 콘셉트에 맞게 소비자의 피부를 직접 측정해주고 그에 맞춘 제품을 보내주는 구독 서비스는 신선했다. 하지만 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종이 패키지에 알루미늄 캡을 사용한 용기 디자인이었다. 물론 종이 패키지에 내용물을 담으려면 적어도 내부에는 코팅을 해야만 내용물이 배어 나오거나 변질되지 않았을 것이기에, 완벽한 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을 생산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진보였다고 생각한다. 비록 토출구는 커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하는 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브랜드에서 말하는 것처럼 불편함이 세상을 바꾸려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처: 톤 28


또한 최근 액상 세정제에서 고체 세정제로의 트렌드도 대표적인 클린뷰티의 트렌드로 볼 수 있다. 설거지에 사용되는 액상 세정제 대신 설거지 바부터 시작해서 고체 샴푸 등 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별도의 플라스틱 패키지가 필요 없어 환경에 이롭다는 점과 더불어 피부에 순하다 것을 장점으로 소구하고 있다. 이 역시 종이 패키지와 마찬가지로 비누의 특성상 쉽게 무른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비자의 작은 불편함이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브랜드의 주장에 동의한다. 



앞서 사례로 언급한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클린뷰티는 많이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 '유해의심 성분을 무첨가 했다.', '비건이다.'라고 말만 앞세우는 클린 뷰티는 별다른 차별성이 없다고 느껴진다. K-뷰티가 전 세계를 흔들었듯이, 한국의 K-클린뷰티가 지속가능성을 생각한 클린뷰티, 제품의 효능 까지도 고려한 진정성 있는 클린 뷰티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결론: 

클린뷰티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

클린뷰티를 내세우는 한국 브랜드들은 주로 EWG/화해를 기반으로 한다. 

EWG/화해도 영원불변의 진리는 아니며 그들도 연구 결과에 따라 정보가 바뀐다. 

자체 기준을 가진 해외 브랜드들도 각 성분에 대한 유해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성분의 유해도는 함량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클린뷰티는 성분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제품의 효능까지 생각해야 한다. 


브랜드들은, 

논란이 있는 성분은 가능한 배제하고,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마케팅을 위한 표현에 집중하기보다는 제품 하나하나에 철학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 

보여주기 위한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해야 한다. 

그럴 수 있는 브랜드만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인용: ‘Clean’ beauty has taken over the cosmetics industry, but that’s about all anyone agrees on - 워싱턴 포스트 (Washingonpost) 

https://www.washingtonpost.com/lifestyle/wellness/clean-beauty-has-taken-over-the-cosmetics-industry-but-thats-about-all-anyone-agrees-on/2020/03/09/2ecfe10e-59b3-11ea-ab68-101ecfec2532_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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