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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현 Oct 07. 2020

누군가와 깊은 교류를 나누고 싶다

고독의 절대적 깊이


에드워드 호퍼 <아침햇살> 1952.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다. 아침 햇살에 빛나는 건물이 보이는 도심가 집 침대 위 무표정한 여자의 모습. 나는 누군가를 바라는 모습으로 보인다.


미국 시인 엘라 휠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는 시 고독에서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해 시작과 무섭게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서 나는 종종 주변인들에게 '코로나 블루'를 호소했다. 반쯤은 외향적인 성격이면서 나돌아 다니지 못 하는 불편함에 대한 농섞인 투정이고 반쯤은 진심이었다. 누군가와의 대화와 깊은 교류가 너무나 그리워 참을 수가 없다.

지금의 직업을 가진 후 나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어떤 친밀함을 느껴도 어디까지나 서로 의심하고 이익을 계산하는 관계임을 잊은 적이 없다. 결국에는 지나가 잊혀질 서로가 허무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구와 지인과 나누는 대화, 온라인에서의 위로와 격려, 고양이와 물고기가 주는 안온함, 나 혼자만의 상상과 다짐으로 끊임 없는 관계에 대한 갈증을 잊고자 노력했다. 때로는 짧은 연애로 지나갔던 연인들이 거기에 함께 했다. 때로는 서로의 깊은 속내를 터놓는 시간이었지만 많은 시간 근황을 나누고 홀로 생각에 골몰하다 정처 없이 길을 잃었다.

최근 누군가와의 깊은 교류가 너무 그리워 참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연애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과는 다르다. 연애를 위해 오가는 지난한 과정, 연애를 시작한 후 과몰하고만 마는 이기적이지만 달콤한 감정의 소용돌이 그런 것들이 그리운 게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받는 연애 상대로서의 뜨거운 감정과 사랑도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고 나 또한 숨겨온 심연의 일부를 내보이는 그런 게 그립다.

고독하다는 말이 이렇게 사무치는 게 얼마만일까, 당장이라도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있고 보잘 것 없는 내 모습과 하찮은 고민을 말할 수 있는 데도 외롭고 고독하기만 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지만 모르겠다. 일 년여 넘게 혼자 감내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시간들일까, 가볍게 떠나갔던 이들에 대한 원망일까, 맞부닥쳐버린 건강 문제와 기약 없는 기다림 때문일까? 알고 싶으면서도 알고 있고 그러면서 동시에 모르겠다.

그저 고독할 뿐이다. 얇고 피상적인 대화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에게 숨겼지만 나를 이루는 원천이 되는 것들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다. 아침 출근길에 본 빨간색 제라늄 꽃의 강렬함, 신문 1면을 장식한 부조리와 자신, 가늠할 수 없는 먼 미래 자신에 대한 상상, 읽은 책에서 느낀 나의 삶, 그리고 깊은 고독. 그런 것들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래서 글을 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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