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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현 Dec 23. 2020

누군가와 깊은 교류를 하고 싶다

창작의 원천

클로드 모네의 <수련> 복권 당첨 전 작품이다.



우울이 예술의 원천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깊이 내면에 침잠해 자신의 감정에 틀어박혀야만 누군가의 심금을 울리는 예술이 나온다는 주장이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렇지 않았나. 이런 이야기에는 반박이 따라온다. 클로드 모네와 데이비드 호크니다. 클로드 모네는 말년 거액의 복권에 당첨 된 후 쏟아지는 화사함이 가득한 그림들을 그린다. 가장 유명한 <수련> 등이 복권 당첨 이후의 그림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 <더 큰 첨벙>은 그가 캘리포니아에서 내리쬐는 햇살과 평화, 온전히 받아들여진 정체성 속에서 얻은 안온함 속에서 나왔다. 풍요와 행복이 낳은 걸작이다. 그럼 또다시 등장한다. 반 고흐가 그린 광기 어린 <자화상>은? 이중섭이 만날 수 없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린 <가족>은?! ... 예술의 원천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이중섭의 <가족>. 그가 가족을 만날 수 없을 때 그린 그림이다.


나에게 창작의 원천은 절망과 고독, 우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썼던 글을 찾으니 고독에 관한 글(<누군가와 깊은 교류를 나누고 싶다>)다. 바로 다음 글은 물고기의 죽음에 대한 글이다. 절망하는 때에야 글을 쓰는 셈이다. 왜 그런지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약하디 약한 사람이어서 나의 슬픈 모습이나 우울함을 차마 남에게 말 못 한다. 약한 모습은 보이기 싫다 그런 의미는 아니다. 매번 헛된 희망 한 줄기를 품고 절망하다 보니 지금의 일도 결국 내가 바라던 대로 될 거야 싶어서 남에게 이러쿵저러쿵 말을 않는다. 결국 오갈 데 없이 폭주하는 감정을 다스리고 삼키려면 남는 것은 글뿐이다. 글 마저도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든 감추며 감정만을 줄줄 쓰곤 하지만 그렇다. 이렇게 우울한 감정을 글로 만들어내 어디 있을지 모를 서버에 몇 바이트 새겨 실체화 하면, 난 그제서야 조금 안정을... 찾길 뭘 찾는담? 누구든 내 글을 보고 내 분노를, 절망을, 슬픔을, 우울함을 보고 똑같이 느껴달라고 매달리는 것이다.
누군가와 깊은 교류를 나누고 싶다.
마지막으로 썼던 글이다. 지금도 그렇다. 깊이, 서로 타인에게는 숨겼던 가장 내밀한 곳에 감춘 감정과 생각을 토하고 그것들 서로 어루만지고 싶다. 아마 이 감정은 평생 해소할 수 없을 것이다. 고독 속에서 나는 스스로 감정을 더듬거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떠나 보내길 반복할 것이다. 원래 그런 거니까, 누구에게나 평등한 순리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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