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신뢰가 무너질 때

불확실성 속의 개발자 생존 전략

by 오유나
이 글은 Pragmatic Engineer 뉴스레터 The Pulse #131: Why is every company launching its own coding agent?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뉴스레터에 담긴 여러 사례들을 통해, 기술이 아닌 사람과 구조, 그리고 우리가 설계해야 할 ‘신뢰’에 대해 실무자의 시선으로 돌아보는 글입니다.


기술 인프라도 ‘지속 가능성’을 설계해야 한다 – CVE 프로그램의 위기

CVE(Common Vulnerabilities and Exposures) 프로그램은 소프트웨어 보안 취약점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공유하는 세계적인 표준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국방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이 중요한 시스템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가 간신히 복구되었습니다. 단, 이 유예기간은 11개월에 불과합니다.

보안 커뮤니티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이런 반응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시스템이 단 몇 줄의 예산 변경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기술의 문제이기보다, 구조와 거버넌스의 문제입니다.
실무자로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죠.
기술은 계속 진화하더라도, 그것을 지탱하는 제도와 커뮤니티는 훨씬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기술’을 말할 때, 이제는 시스템 아키텍처뿐 아니라 그 생태계를 유지하는 신뢰 구조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계약은 기술 문서가 아니다 – Rippling 오퍼 철회 사건

뉴스레터에서는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HR 테크 기업 Rippling은 한 지원자에게 수개월간의 면접과 협의를 거쳐 정식 오퍼를 보냈고, 지원자는 이를 수락한 뒤 기존의 빅테크 직장을 퇴사했습니다.

그런데, Rippling은 돌연 오퍼를 철회하고, 그 뒤로는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자로서 이 사례를 접했을 때, 단순히 ‘기업의 갑질’로만 보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나의 회사는, 사람을 수치와 리소스로만 보고 있진 않은가?

나 스스로도 기술적인 판단을 할 때, 사람의 맥락과 감정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진 않은가?


기술 계약과는 달리, 사람 간의 신뢰는 롤백할 수 없습니다.
이직과 채용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인생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입니다.
우리는 이 과정을 '거래'가 아닌 '관계'로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하루 만에 바뀌는 규제, 무너지는 예측 가능성 – Apple과 NVIDIA의 관세 해프닝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또 하나의 혼란스러운 사건이 등장합니다.
미국의 145% 대중(對中) 관세가 발효되며 스마트폰, GPU, CPU 등 주요 기술 제품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적용 직전 ‘임시 면제’가 발표되었고, 이로 인해 Apple, NVIDIA, 삼성 등은 한숨 돌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이틀 후, “반도체에 대해 추가 관세가 예정되어 있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 혼란은 단지 관세율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 변화가 하루 사이에 바뀌는 현실에서,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개발자는 기술만 설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는 ‘리스크’를 설계하고,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팀과 조직 내에서 체계화하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 개발자가 지켜야 할 설계 기준

우리는 AI, 클라우드, 오픈소스처럼 기술적으로는 점점 더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구조로 묶을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 우리가 설계하고 있는 시스템은, 팀의 성장과 함께 지속 가능하게 작동할 수 있을까?

위기가 닥쳤을 때, 기술은 과연 책임을 나눌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가?

우리는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를 기술 안에 얼마나 녹여내고 있는가?


기술을 넘어,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개발자로서 일하다 보면, 당장의 기능 구현이나 성능 최적화에만 몰두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모이면, 신뢰가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가 설계하는 것은 코드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팀, 프로세스, 거버넌스, 신뢰, 윤리... 그런 것들도 함께 설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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