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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va Jul 14. 2024

유명인이 아닙니다!

삶의 '대가'가 되기 위한 나만의 작은 노력

몇 년 전 개인전을 하는 날 어느 여자분이 웃으면서 다가오더니 "작가신가요? 사인 좀 해주세요~" 라며 내 전시 카드를 내밀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전시회에서 사인을 요청받은 적도 처음이지만 사인은 유명인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나는 불편하기까지 했다. 왜 유명인들의 사인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나중에 그 유명인이 죽으면 돈이 되니까??) 난 절대로 유명인이 아니다. 내가 쓴 글에 대한 댓글에 가끔 '예술의 대가'라는 말을 쓰시는 분들도 계시다. 감사하기 그지없지만, 천만에! 만만에!!입니다. 나는 절대로  그 어떤 것에도  '대가'가 아니다. 예술적 위상으로 평가되는 '대가'는 객관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에서는 '대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비평가, 기획자 그리고 후원자가 있어야 된다고 한다. 그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요소 중에서 나는 한 가지도 없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 취미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즐기려고만  하는 것도 아니니 취미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창작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계속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작업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나눌 수 없어서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


(이미지 : 미드저니/노바)


그럼 나는 왜 창작을 하는가...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내 방식대로 창작하는 것이 삶의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2D의 삶이 3D로 좀 더 풍성해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2D 같은 복잡한 세상 속에서 창작은 깊은 사유를 하게 한다. 그 사유들은 세상을 3D로 경험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다준다. 쉽게 말하면,  사유하는 삶을 위해 내 방식대로 작은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냥 제멋대로 나 좋다고 하는 일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이왕 하는 것이라면 아마추어선은 벗어나야 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좀 더 제대로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이미지 : 미드저니/노바)



대부분은 그림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긴 하지만, 주위에는 소위 '작가' 혹은 '예술가"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 예술에 대한 그들만의 견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그들과 어울리다 보면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다. 자기애가 너무 강해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마구잡이로 폄하하는 이들도 있고, 모든 예술 활동을 금전적인 것과 연결하는 이들도 많고, 들어내지 않는 경쟁의식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때때로 그들의 거만함과 오만함은  '이런 사람들이 예술가야? 그렇다면 나는 예술이란 것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이다. 물론 대부분의 작가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창작에 대한 열정을 열린 마음으로 묵묵히 지켜오고 있다. 


예술의 분야에서 진정한 거장이나 대가는 인류의 공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모험과 탐험, 그리고 일생을 바친 각고의 고군분투가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면 인류는 그들에게 마땅히 '거장' 혹은 '대가'라는 칭호를 주어야만 한다. 안토니 가우디와 같은 인간이 그들 중에 하나이다. 최근 바르셀로나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가우디라는 인간을 느끼게 된 것이다. 가우디는 신이 인류에게 준 선물이며 그 선물인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들은 그가 같은 인류에게 안긴 선물이다. 그러한 인류의 거장들은 결코 천재는 아니다. 다만 자연과 인간의 삶을 사랑하고 그 마음을 바탕으로 사고의 방식들을  다르게 탐험하고, 그 다르게 탐험한 것들로부터 얻은 결과들을 자신의 생애를 바쳐서 실험하고 시행한 것이다. 


(이미지 : 미드저니/노바)



난 단순히 스튜디오 안에서 내 작품을 위해 자잘한 실험들을 할 뿐이다. 그러한 거장들이나 대가들과는 정말 거리가 멀다. 인간의 고유 정신 활동에 이바지한 것이 전혀 없다. 유명인조차도 아니다. 내 이름 앞이던 뒤던 어떤 수식어가 붙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그냥 이름 석자면 충분하다. 그 이름 석자가 유일한 나 이기 때문이다. 내 작품이 유명 뮤지움에 소장되기를 바랄 수는 있다. 그전에 나 자신한테 바라고 싶은 것은 비록 '그냥 제멋대로 나 좋다고 하는 작은 노력'이지만 멈추지 말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래서 내 작품들은 유명 뮤지움에 걸리는 masterpiece 가 안될지라도 내 가족들과 친구들이 엄마의 삶은, 아내의 삶은, 할머니의 삶은 그리고 아무개의 삶은 3d의 masterpiece였다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비록 평범하고 조촐한 삶이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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