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37살의 첫 취업!
아침 10시. 보통 내가 기상하는 시간이었다. 개인 과외를 하면서 살아가는 나에게는 미라클 모닝은 필요 없었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국어 인강을 잠깐 보거나 독서를 했다. 물론 대부분 수업 자료를 만들거나 놀았다. 세상에서 과외만큼 쉬운 일은 없었으니까.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났다. 결혼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결혼을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인생에서 못 해본 건 결혼과 육아였으니까, 나에게 호기심이 동하기 충분했다.
"불안정한 직업으로 결혼할 생각 없어. 네가 100만 원이라도 벌었으면 좋으니까 회사를 다녀."
그녀의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결혼은 작년, 24년 12월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였다. 늦은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과외 경력은 경력이 아니었기에 어디를 써야 할지 몰랐다. 첫 취업은 대학 신입생들에게 토익 인강을 파는 일이었다.
24년 3월, 짧은 준비를 마치고 대학에 토익을 팔러 갔다.
"단돈 36만 원에 여러분의 영어를 책임집니다!"
책팔이, 책팔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생들에게 책을 판다. 인강을 판다.
나름 잘 팔았다. 300명 정도 결제를 받았다. 순진한 나는 즐거웠다. 대학 교정도 좋았고 신입생들의 싱그러움도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기다리고 있었다. 4월이 되니 바뀌었다.
대학생들이 바보가 아니다. 어느 순간 책팔이는 소문이 났고 더 이상 팔리지 않았다. 그때 이사의 말로는 "다른 업체가 너무 비도덕적으로 인강을 팔자나! 특히 XXX!" 어디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유명한 인강 업체에서 문어발 식으로 강의실을 점령했다.
"이제 제제씨는 그만하세요."
읭? 이게 평생직장이 될 줄 알았다. 학기 초에는 인강을 판매하고, 학기 중에는 인강 문의를 듣고, 학기 말에는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이 업계는 한 두 달 써먹을 말발 좋은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래서 결혼이 되겠어?"
그녀와 다툼이 잦아졌다. 마음이 급한 그녀는 다른 곳을 어서 취업하길 바랐다. 그런데 나는? 비참한 주인공에 빙의하여 날카로워져만 갔다. 물론 그녀도 별로긴했다.
결국 4월 말 그녀와 헤어지고 나는 술독에 빠져 살았다.
취업은 실패, 연애도 실패, 과외도 다 정리하여 학생도 없으니 수입도 실패.
망했다.
그리고 더 큰 사고가 나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