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룰루랄라 Feb 25. 2022

좋아 까짓거 도전해보지 뭐!

지난주 문득 ‘놀면 뭐하나’ 허송세월 그만 보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학원을 등록했다. 좀 더 찬찬히 알아봤다가는 핑계에 져버릴게 분명하기에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마음이었다.

확고한 의지라고는 없는 내가 그래도 학원에 등록하면 가긴 할 테니 말이다.

뜬금없이 왜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가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마음 깊은 곳에 계속 자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그러니까 내가 결혼 준비를 하던 29살 이맘때쯤도 무작정 공인중개사 인강을 등록했었다. 그때는 많은 책과 두께 그리고 낯선 용어에 질려 금세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흘러 흘러 지금까지 왔다. 주변에서 잊을만하면 숱하게 권했지만 그땐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역시 공부는 그 동기가 나여야만 한다.

왜 하필 공인중개사냐 하면 부동산에 관심이 많긴 한데 쥐뿔도 모르고 좀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뭐가 좋을까 하다 자격증도 취득하고 그래도 관심분야면 좀 낫겠다 싶어서다.


무엇보다 늘 적당히 살아온 내 인생에 부끄럽지 않은 도전을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기도 했다.

매번 쉬운 길을 선택했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조차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며 나를 속이고 합리화하는 삶을 살았다. 단 한 번도 원하는 것을 위해 열심히 산 적 없으면서 늘 최선을 다하는 척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게 대체 왜 이래 하며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다. 나를 철저히 속이며 나 아닌 외부에서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냥 이 자격시험이 내게 있어 열심히 살아볼 기회일 뿐이다. 자격증 취득을 못할지도 모르고, 취득한다고 해도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 열심히 한다면, 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다면 그걸로 만족하려 한다.

내 목표는 자격증 취득도 취득이지만 내가 후회하지 않는 것,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스스로를 원망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다. 나아가 아이에게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


지금 활활 불타는 의지와 무관하게 오랜만에 시작한 공부는 너무 어렵다.

학원 상담할 때 여성분들이 민법을 좋아한다며 얘기하던데 이게 무슨 소리야. 난 여자가 아니었던가.

진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의 대향연이다. 한국말인데 한국말 같지 않은, 책을 읽는데 마치 한글을 처음 배운 아이처럼 글자 하나하나를 읽는 기분이다.

열심히 해보려는데 마음 같지 않고 내가 괜한 도전을 했나 하는 부정적 기운이 올라올 무렵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책 중간에 쓰여있는 문장이 나를 위로해줬다.


‘모든 시작에는 두려움과 서투름이 따르기 마련이에요.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니에요.’


그래, 난 나약하지 않다. 언제나 시작은 두렵지만 막상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니다. 나를 믿고 이번엔 끝까지 가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