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소파에 앉아있는 남편을 보며 물었다.
-자기는 결혼하고 다섯 배 더 바빠진 거 같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섯 배는 더 바빠진 것 같은데, 그날따라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며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다.
왜 갑자기 다섯 배냐고 묻는 남편에게 내가 요즘 한창 빠져서 보고 있는 프로에서 나온 말이라며 이야기해주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지만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탁재훈에게 데려다 놓았고, 탁재훈에서 시작한 영상은 돌싱포맨에 정착해있었다.
돌싱포맨에서 나온 말이었다. 게스트로 출연하는 몇몇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는 이들에게, 돌싱들이 하는 말 중 와닿는 말이 몇 개 있었다. 그중 하나가 결혼은 혼자일 때보다 적어도 다섯 배는 바빠지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연애가 평지라면 결혼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이라는 사실.
나는 이 두 가지 말이 너무나 와닿았다.
그래서 문득 묻고 싶어 물었는데, 대답이 다른 데로 새서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답이 예스는 아니었다.
아이가 커감에 따라 육체적인 난이도는 확실히 줄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점점 고되지는 것 같다. 함께 잘살아보자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낳은 이 아이를 함께 잘 키우는 것이 공동의 목표인데, 자꾸만 싸우고 아이를 위한다는 언쟁이 오히려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게 되는 아니러니한 일이 자주 발생되는 것 같아 남편에게 우리도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서로에게 자유를 주는 게 어떻겠냐 제안을 했다.
남편은 의외로 싫다며 함께 있는 게 낫다는 말을 해서 다소 놀랐다.
나한테 그렇게도 잔소리를 듣고 욕을 먹으면서도 굳이 함께 있고 싶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전히 남편은 내 잔소리도 짜증도 그냥 받아줄 만 한가보다.
가끔은 내가 너무 못 참고 부들거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내게 그것을 상회할만한 장점이 있으니 나와 같이 살지 않겠나 하는 자기 위안을 하곤 한다. 그런데 저 제안을 거절한 날은 굳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들은 내 장점이 잘 챙겨준다는 것이었다. 그다지 만족스러운 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챙김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니 다행스럽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매일 반복되는 이 굴레에서 한 번쯤 벗어나고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조차도 우리 가족이 모두 함께 있을 때 가장 안정되고 만족하는지도 모르겠다. 각자 약속이 있거나 시간이 필요할 때면 얼마든지 서로가 그렇게 하고 있어서 굳이 정해두고 하루를 의무적으로 나간다 생각하니 그것도 좀 아닌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또 그게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매일같이 만나면 으르렁거리고 투닥거리면서도 우린 잘 맞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살고 있는 거다. 여전히 지금도 붙으면 다투는 일이 반복되지만 이 또한 애정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임을 믿는다.
아무런 기대와 희망이 없으면 말하는 것조차 멈춰버릴 테니까.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 '오르막길'이라는 노래가 유난히 와닿는 오늘이다.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크게 소리쳐
사랑해요 저 끝까지"
우리 둘 다 선택은 스스로 했으니 서로에게 고된 우리를 오늘도 내일도 같이 책임져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