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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현 Feb 05. 2024

아물다에서 보내는 편지 6화

 작년은 행사로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보낸 한 해였다. 매장에서 진행한 행사만 해도 무려 30회, 한 달 기준 2.5회를 진행한 격이다. 주로 작가 초청 강연이었는데 그 외에도 원데이 클래스, 독서 모임, 영화 상영 등 다양했다. 사업비로는 총 1,0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었다. 이 중 우리가 낸 것은 도서를 매입할 때 정도였고, 대부분 사단법인과 공공기관에서 지원받은 금액이다.     


 처음에는 서점조합연합회가 주관한 ‘오늘의 서점’ 지원 사업만 맡았다. 사업계획서에 11개의 기획안을 빼곡히 쓰고, 2주에 한 번 간격으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행사를 한 경험이 있었기에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오늘의 서점’ 사업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날 즈음,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원금을 줄 테니 인문학을 주제로 행사를 진행해 줄 수 있냐는 문의였다. 마침 이틀 전 강원국 작가의 출판 관계자에게서 북토크 제안을 받은 참이었다. ‘거마비’를 준비해 주면 일정을 조율하겠다고 했지만, 그 거마비가 문제였다. 강원국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못해도 수십만 원은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제안에 감사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거절하려던 때였다. 한림대학교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 사업비를 받으면, 몸은 바빠지겠지만 더 많은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터였다. 고민은 짧았다. 한림대에서 원하는 주제로 기획안을 써서 제출하고, 2주 후에 우리 기획안이 채택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덕분에 5월부터 8월까지 1주일 간격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마음 편히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민에게 도움 되는 문화 행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 좀처럼 쉴 수 없었다. 그 뒤로도 서너 군데로부터 크고 작은 제안이 들어왔다. 매장 매출로는 강사 한 명분의 강연비를 내기에도 빠듯했기에 오는 요청을 마다하지 않고 무작정 받아들였다.     

 

 그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지역 내에서 아물다의 인지도가 올라갔다. ‘아물다’하면 강릉에서 문화 행사를 자주 하는 곳, 기획을 잘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의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행사하는 데 더 많은 열정을 쏟았다. 투입하는 노력과 경제적 소득은 비례하지 않았지만,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는 자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덕분에 참가자 1~2명에 그친 행사가, 23년 들어 10명 심지어 20명까지 비약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시끌벅적하고 기대로 가득 찬 행사를 마치고 나면 매장은 평소의 조용한 분위기로 되돌아왔다. 전날 밤의 흥분으로 뒤섞인 열기는 온 데 간 데 사라졌다. 문화 행사를 자주 하면 매장을 찾는 이도 많아지리라 생각했다. 기대와 달리 행사 참가자들이 매장을 다시 찾는 일은 적었다. 대부분 단발성 행사이다 보니, 찾는 이도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평생학습관 같은 존재가 되고 만 것이다. 다른 서점이 저마다의 기획과 모임으로 단골을 늘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공간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지지층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올해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다짐했다. 지원 사업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 기획과 능력을 살려 운영해 보기로 말이다. 지금 쓰는 이 글도 그중 하나이다. 그 외 달리기를 활용한 <경포호수 2x2 걷고 달리기>, 내 안에 글감을 정리하는 <서(書)랍정리>. 그리고 얼마 전에 길벗 출판사에 문의해서 받은 <틈만 나면> 원화 프린트를 2월 한 달 동안 매장에 걸고, 사람들에게 기획전 활동을 알릴 예정이다.      


 다른 곳에서 제안받은 행사도 있다. 먼저 시니어와 청년을 잇는 <한글편지클럽>. 다음으로 1월에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해서 북토크를 제안한 여행 작가. 마지막으로 인디 가수의 북토크를 겸한 미니 콘서트까지. 작년에 많은 행사를 진행한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진 것일까. 여전히 거마비를 드리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감사한 제안이 잇따라 들어온다.     


 지난달, 카드값으로 150만 원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카카오톡 문자가 날라왔다. 거기다 부가세 폭탄까지. 마음이 초조해진다. 낭만도 꿈도 좋지만, 시급히 돈을 벌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우리 공간을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으니까.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이어나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를 위해서라도 올해는 단골을 늘려나가야지. 우리만의 매력으로 헤쳐 나가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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