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DEC23
시간은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하루는 더디고 일 년은 빠르다. 3월부터 11월까지 나의 아침들이 모두 사라졌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아침 산책을 나섰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기억도 안 난다. 꼽아보니 '아침' 또는 '산책'을 안 한지도 어언 반년이나 지나 있다. 오후나 저녁에도 수업 외에 따로 외출한 적이 거의 없으니 지난 반년 동안, 며칠을 제외하고는 하루 30분도 걷지 않은 것이다.
여름 계절학기 수업이 끝난 주부터 11월까지, 생각해 보니 아침이 여유롭지 않았다. 컨디션 조절을 못해 이 나이(!)에도 휴일이면 낮밤이 바뀌기도 했다. 새벽 기상이나 미라클 모닝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꽤 많던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을까. 대단한 의지이다.
어중간한 오후 시간, 오늘은 오랜만에 동네를 반 바퀴쯤 돌았다.
마을 뒤편은 나름 잘 정비된 산책로이지만 오후 한낮에는 사람이 거의 없을 줄 알았다. 늦가을 정취도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지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산책을 함께 하는 짝이 있어 대화를 하며 걷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산책로 전체를 돌지 않고 반쯤만 돌아보기로 했다.
저만치 큰길 쪽에는 노란 통학차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얀 새 한두 마리가 날고 옅은 바람소리도 지나고 있다. 큰길 쪽에서는 산책로에는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다. 바람은 차지도 않고 마치,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 어느 오후처럼, 나른하게 먼지도 끼어 있다.
미뤄두었던 겨울 인사를 드릴 분들이 있어 방문했다. 내년 2월 퇴직하시는. 송 선생님은 몇 달만에, 이 선생님은 거의 10여년만에 처음으로 따로 찾아 뵈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반가워하셨고 저녁시간을 내어 주셨다. 이렇게 좋은 어른들, 인생의 선배들이 많았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쭈뼛거리며, 주눅 들어 지냈었는지. 따뜻한 말씀과 조언들에 마음이 푸근해져서 돌아왔다.
소도시의 오후, 존경하는 송 선생님과 함께 한 도시의 저녁 산책길, 날이 조금 풀려서인지 꽉 조였던 나사가 반쯤 풀어진 듯, 마음이 한결 낫다.
대학교는 다음 주면 방학이 된다. 이렇게 또 한 학기가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