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DEC23
해외 우편물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집 앞에 배달을 요청했었다. 중요한 물건 같으니 우체국으로 와서 받아달라길래 아침 일찍 우체국을 찾았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1년 하고도 한 계절이 지났지만, 우체국에 들르기는 처음이라 주차장도 못 찾았다. 바닥 안내판이 꽤 친절하게 되어 있어 주차장 입구에서 우편물 찾는 창구까지는 바닥만 보고 따라가니 금방이었다. 우편물 찾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창구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받자마자 서둘러 우체국을 빠져나왔다.
봉투를 뜯으려다가, 우연히 소인 바코드가 찍힌 것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편지 봉투 오른쪽 상단에 동그란 도장이 꽝 찍혀 있어 기념이 될만한 날짜와 장소가 되기에 좋았다. 여권에 여행 발도장이 찍히듯 우편물에도 그런 도장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는 바코드 스티커가 붙어 나오고, 그마저도 나는 눈여겨본 적이 거의 없긴 하다.
왓슨빌, 캘리포니아 / 2023. 11. 28.
우편물 봉투 상단에 붙여진 왓슨빌 스티커를 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아, 왓슨빌 우체국에서 접수한 거구나. 그곳에 있는 동안 나도 몇 번쯤 그 우체국에 간 적이 있었다. 아웃렛보다 훨씬 싼 매장에서 옷 몇 가지를 고르고 골라, 은수의 크리스마스 선물 등으로 보낸 적도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우체국 택배는 어마무시한 우편료를 받았지만, 언제 이런 짓을 해 보리, 하는 마음으로 거금을 투자했던 기억이 있다.
왓슨빌 우체국에는 그때 직원이 한 두사람 밖에 없었다. 어쩌면 내가 다녔던 곳은 도시의 여러 우체국 물품접수처 중 작은 출장소였을 수도 있다. 접수대에서는 한 사람이, 세월아 네월아 일처리를 해 주곤 했다. 대부분 미리 접수예약을 하고 가기도 하고, 또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가 워낙, 천천히, 정확히, 안전하게를 외치다 보니, 자동시스템을 반정도 들여놓고 ‘천천히 일하는’ 사람이 한 두명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뒤편에서는 물류처리반이 따로 있었겠지. 그래도 어느 곳이었든 일손이 빠른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고향마을도 아닌데, 아주 오랜만에 왓슨빌에서 온 우편물을 받고 나니, 먼 먼 곳에서 안부 편지를 받은 것 같은 아주 작은 설렘이 있다.
정작 우편물 내용은 악독한(!) 서류들에 불과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