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과 청소부 1
나는 어쩌면 이제 정우성과 친구되기를 포기해야할지 모른다. 정우성의 친구가 되기에 나는 너무 작고 평범한 탓이다. 그와의 나이 차나 서로 사는 곳이 너무 먼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자신을 믿어주는 김성수 같은 영화감독들과, 함께하는 유명한 배우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가득 있을 것이니 외롭지도 않을 것이다.
목표 수정: 청소부 되기
언젠가 한번쯤은, 살다가 한번쯤은 정우성과 함께 걸어보거나 마주할 날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행동으로 옮겨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나는 그의 생활 반경은 커녕, 생의 후반전에 더욱 빛이 나는 그의 활동 반경에서도 점점 멀어지고 있으니…. 포기만이 답인가 싶다. 수억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의 여자친구나 아내되기보다는 차라리, 그의 회사 1층에 상주하는 청소부 되기가 의미있을지도 모른다.
정우성을 좋아하니 다른 남친은 없어도 좋다고 큰소리쳤던 나를 돌아보면, 웃음만 난다. ‘남친은 없냐’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 귀찮아서, 대학원 시절 내내 나는 밑도 끝도 없이, '정우성을 좋아한다.'고 건성으로 답했다. 그러면 누구든, 피식 웃거나 고개를 절레 흔들며 '애인 없는 이유가 있군.' 했었다. 모두가 아는 이름이었으므로 '누구?'하고 되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 한마디면 다음 질문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변에선 다들 장난으로 넘겼다. 마침 개봉한 영화나 드라마 때문에 잠깐 좋아하는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언젠가 그의 연인이 공개되고 또 헤어지게 되었을 때(어디까지가 사실이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마음이 아팠다. 잠깐의 이슈와 오래갈 가십거리로 그가 크게 마음아프지 않았기를 바랐다. 헤어짐의 상처로 오래 힘들지 않았으면 했다. 나와는 다른 별에 살지만 그도 사람이 아닌가. 얼마나 힘들까, 안아주고 싶었다. 이슈가 되는 그 소식을 전해주며 ‘너 괜찮냐’했던 친구들에게, “이제 나같은 평범한 사람 만나야지.” 농담도 했었다.
다른 능력이 안 되면 내가 키라도 좀 더 컸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의 어깨에라도 닿을텐데. 그래서 혹여 그가 힘들어할 때 어깨라도 빌려줄 수 있을지 모르는데. 분명 영화배우나 연예인들도 힘들때가 있을거야, 연예인 아닌 평범한 사람이 필요한 때도 있을 거야, 그럴 때 내가 그런 사람이라도 될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전 그와 연기한 영화속의 상대배우들을 봐도, 키가 최소 170센티미터는 넘어야 옆에 서면 좀 어울릴 것 같았다. 나는 키가 작아 어깨를 빌려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10여년 전에, 팬클럽에라도 가입해서 내가 골수팬임을 인증했으면 하다 못해 지금은 팬클럽회장이라도 하고 있지 않겠냐는 말이지.
이제 나는 진심으로, 그가 일하거나 지나는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부라도 해 보았으면 좋겠다. 인생 뭐 있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낙으로도 충분하지. 좀 더 나이가 들면, 정말로 청소부에 도전해 보아야겠다. 마침 나는 서포터형 인간이라는 말을 줄곧 들어왔으니, 청소부를 하면서도 센스있는 비서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우성의 청소부, 의외로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