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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진 Sep 28. 2024

고모 먹는 것(Edible Ingredi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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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두드러기와 몸의 여러 증상들이 사실은 음식 알러지 때문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원인은 찾은 듯 하지만 또 해결책은 찾지 못할 상황에 놓이니 난감하다.


  의사도 답을 주지 못한다고 하니 당분간은 나름 피실험체. 급성쪽에 가까운 것도 있어서 최소한 어느 정도는 조심해줘야 하는 몇 가지 음식이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게으르고 꼼꼼하지도 못한데 먹는 것까지 신경써야 하니 귀찮다.

조카 은수 도움으로 먹는 것, 못 먹는 것 리스트 작성

하필, 매일을 먹어도 질리지 않을 감자, 토마토, 양파가 일명 [못 먹는 파]에 속한다. 특히 맥도날드 해시 브라운을 멀리 해야한다는 사실은 꽤 슬프다. 얼마전, 멋진 아메리칸 브런치 메뉴를 앞에 두고 나는 구경만 해야했다.

  캐런 엄마는 음식의 몇 가지 성분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심하지는 않기에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을 편하게 먹고 알러지 약을 같이 먹는단다. 피부 트러블 때문에 수년간 추적 검사를 했는데도 원인규명이 어렵자, 의사가 내려준 나름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차라리 나도 그런 정도이면 좋겠지만, 나는 몇 가지에서 꽤 높은 단계의 결과가 나와 버린 것이 문제다.


  갑각류나 피넛 버터 정도는 어느 정도 양해가 될텐데 나는 감자 같은 것이라서 양해를 구하기도 애매하다. 된장찌개도 조심해야 한다. 감자나 양파나 토마토는 웬만한 양념이나 소스에 다 들어가는 재료가 아닌가. 목이 붓고 두드러기 나는 정도야 그동안 잘 참았으니 대충 먹으면서 살려고했는데 안 되게 되었다.


나름 고심해서 고른 그 날 외식 메뉴가, 거의 구석기식단이 되었다. 토마토는 저리가라, 해야 하니 달걀 프라이에 베이컨, 바바나, 그리고 프렌치 토스트. 누가 보면 잘 고른 다이어터의 한끼다. 최근 살도 찌고 몸은 늘어져 먹는 양도 늘었으니 저건 조절식은 아니다. 담담한 척 먹어주고, 남의 밥그릇 탐하며 꽤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은 사진으로만 남겨두었다.


  짧은 방문에 시간 내어 외식 시켜 주시고, 매우매우 까다롭게 메뉴도 함께 골라준 캐런 부모님께 감사한 그 날 아침.


  그런데 먹을 수 없는 그룹과 먹을 수 있는 그룹의 재료들이 묘하게도 예쁘고 맛있는 브런치 메뉴가 되었다. 애써 찾아먹지도 않을 그 날 브런치 메뉴는 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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