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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Jun 30. 2022

엄마도 시간관리가 필요하다

시간관리 요령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거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뭐하세요?"


한참 직장을 다닐 때는 일과 육아, 집안일을 병행하느라 여유라고는 눈곱만큼 찾아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나마 여유 있는 시간이 생긴 건 사실이다. 난 그럴 때면  "청소하고 빨래하고 도서관도 갔다 오면 시간 금방 가요."라고 대충 둘러댄다. 사실 이 말은 거짓말이다. 그냥 흘러 지나가는 인사말에 미주알고주알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어느새 다른 엄마 귓속으로 들어가는 뻔한 루트를 알고 있기에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시간이 돈이다'란 명언이 있듯이 하루의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소중한 자산이다. 돈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고 더 가지고 싶으면 노력해서 얻을 수 있지만 시간은 그럴 수 없다. 더 갖고 싶어도, 가지기 싫어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게 바로 시간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어진 24시간이란 시간을 우리는 보통 자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한 때 그랬다. 휴직 초기에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그동안 못 본 tv를 몰아보며 하루를 보내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좋아하는 가수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쓸데없는, 나에게 도움 하나 안 되는 그런 일들이다. 어느 날 문득 '이 소중한 시간에 뭐하는 짓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다닐 때는 그렇게 갈망했던 시간인데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지니 내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tv나 유튜브를 보고 희희낙락 거리고 있다니.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웠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시간 관리의 중요성

 

 '이 소중한 시간에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복직할 때는 더욱 멋져진 내가 되어야지'라고 결심하며 그 목표를 달성한 미래의 나를 상상했다.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누구에게나 자신에게만 투자하는 '나만의 시간(me time)'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나만의 시간이란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며 나의 개인 성장을 위해 쓰는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누구도 개입해서는 안된다. 남편도, 부모님도, 아이들도, 동네 엄마도. 내가 좋아하면서 또한 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관심거리를 찾아 꾸준히 실천하려는 다짐이 중요하다. 특히 전업 엄마들에게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집안일과 가족 뒷바라지를 하며 시간을 대부분 흘려보낼 수도 있지만 이를 잘만 조절하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시간에 대부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영어와 재테크 공부를 하는데 보낸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목표가 있기에 시간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전업 엄마들도 사실은 바쁘다. 틈틈이 집안일해야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 챙겨야지, 장 봐야지, 저녁 준비해야지, 그 외에 예상치 못한 볼 일들도 종종 생긴다. 특히 올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더니 더욱 시간관리가 힘들어졌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보면 하루 중 나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에게 출근하는 시간은 반드시 만들어야 했다.


시간 관리 TIP


내가 하루 중 최대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때가 언제인지를 생각해봤다. 초1이 된 8살 아들과 6살 딸, 이렇게 남매를 키우고 있는 나는 아이들 기상 전과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가고 난 후, 그리고 저녁 식사 후부터 취침 시간 전까지 나만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


1. 새벽에 기상하기


이 시간은 아무도 방해받지 않고 나를 위해 공부할 수 있는 최상의 시간이다. 그리고 변수가 잘 존재하지 않는다. 오후에는 집안일과 아이들 돌 보느라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도 아이들과 놀고 공부를 봐주고, 피곤함이 몰려오는 날이면 한 시간도 책상 앞에 앉아 있기 힘든 날이 많다. 하지만 새벽 시간대는 우선 일어나기만 하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된다. 나는 보통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난다. 아이들이 기상하는 시간이 7시 30분이므로 최대 2시간까지 나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온다. 


부자들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새벽 기상이라고 한다. '오늘은 찌뿌둥하고 못 일어나겠어', '오늘은 그냥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자', '누워서 핸드폰이나 해야지'란 생각이 들 때면 내가 성공한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하는 상상을 한다. 그럼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진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를 쓴 김유진 변호사는 새벽에 일어나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고 이 모든 활동이 바로 출근하기 전 새벽 시간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변호사라는 직업 외에는 유튜브와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2. 집안일은 아이들이 있는 시간에


나는 살림을 하는데 나름 규칙을 정했다. 사실 규칙이라고 할 것까지는 뭐하고 '짧은 시간에 최대한 간단하게'한다는 생각으로 한다. 집안일을 누가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한때 나도 살림에 취미 좀 붙여보겠다고 살림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본 적이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돌솥밥과 불고기 반찬을 만들고 남편의 도시락을 싸고 집안 곳곳을 청소하고 야식으로 꽃게 라면을 준비하는......  결론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내 살림의 모토는 '간단하고 빠르게'다.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나 요구르트, 시리얼, 과일 등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세수하고 옷을 입고 준비하는 동안 나는 재빠르게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린다. 청소가 빨리 되기 위해서는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들이 없어야 한다. 자기 전날 아이들이 가지고 논 장난감은 다 치우고 아침에 청소하기 편한 상태를 만들어 놓고 잠자리에 든다. 바닥 닦기는 일주일에 2번을 하는데 목요일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한다. 주말에는 남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닦기에 해당되는 내 몫은 일주일에 한 번 꼴이다.  세탁기를 돌리고 둘째 등원 준비도 함께 한다. 그럼 둘째가 등원하는 9시 전까지 깨끗해진 집안을 볼 수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들어와 깨끗해진 집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 설거지는 점심식사 후로 미루고 커피 한 잔을 타서 내 책상 앞에 앉는다. 핸드폰도 멀리 놓고 책을 읽고 공부하는데 집중한다.  


 3. 나머지 집안일은 주말에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있는 주말에는 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주중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어 이때는 마음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아침도 오랜만에 느긋하게 먹고 청소도 느긋하게 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더욱 집중한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틈틈이 책을 본다. 공부를 한다는 생각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든다. 집안일은 주중에 못했던 화장실 청소, 창문 닦기, 창틀 닦기 등을 한다. 요즘은 요령이 생겨 화장실 청소도 10분 만에 끝낸다. 찌든 때가 묻지 않은 이상 샴푸를 풀어 청소를 하고 화장실 바닥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한다. 밑반찬은 주로 김치 종류지만 반찬을 만들 일이 있으면 주말에 만들어 놓는다.   



4. 불필요한 만남 줄이기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주변인들을 정리하기가. 내가 약속이 있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꼴이다. 이런 날은 친구를 만나 간단히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1시 전에 돌아온다. 첫째가 유치원에 다닐 시절에는 동네 엄마들이 "커피 하러 집에 놀러 오세요"라고 말하면 쪼르르 달려가서 그들과 수다를 떨곤 했다. 꼭 인생의 동지라도 얻은 냥 그 시간이 내 삶의 힐링타임이라고 생각했다. 초대를 받으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점심까지 같이 먹으면 아이들 하원 시간까지 수다는 이어진다. 어디 그뿐이랴. 초대를 받았으니 우리 집에 초대를 해야 한다. 무슨 요리를 할까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그들의 음식 맛 평가에 귀 기울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돈 쓰고 시간 쓰고 한마디로 쓸데없는 짓이었다. 첫째가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나에겐 엄마들 모임이 없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면 가벼운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로만 지내고 있다.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일부러 나서서 약속을 만들지도 않는다. 

 

<나는 마트 대신 부동산에 간다>를 쓴 김유라 작가가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노는 걸 줄이면 노는 물이 달라진다."


시간관리 잘하고 계신가요? 당신의 노는 물은 어떤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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