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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Sep 22. 2022

영어가 내게 주는 의미

버킷리스트


나에겐 20살 때부터 꼭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었다. 영어(외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 수영, 운전 이렇게 세 가지다.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이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유창하게 하면 어린 눈에 '멋있다'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나도 커서 저런 어른이 돼야지'라고 결심했지만 쉽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 시절 운전은 차가 없어서 못했고 영어와 수영은 항상 고비를 넘기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40대가 된 지금은 운전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머지 두 과제에 대한 미련은 항상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영어공부는 내 곁에 두며 한다고 시도는 하지만 항상 제자리에 맴도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아직까지 나에게 누군가가 영어로 말할 기회가 생기면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고민 없이 'No'라고 말할 것 같다. 그동안 노력을 안 한건 아니다. 미드도 봤다가 영화도 영어 자막으로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포기하고, 몇 개월 후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시작하다를 반복했다. 영어는 나에게 20년째 미완성 과제처럼 마음 한구석에 찜찜한 짐으로 남아있다. 휴직 중인 지금이 나의 이 찜찜한 기분을 떨쳐내고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삼는 기준은 외국인과 막힘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느냐 이다. 특히 영어권 나라에 가서 영어로 길도 물어보고 식당에서 주문도 하며 혼자서도 내 앞가림을 스스로 잘할 수 있어야 하고, 특히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영어가 네이티브인 상대방과 당당히 맞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영어(제2 외국어)를 잘한다는 건 나에게 그 이상을 의미한다.


영어(제2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어려운 과정을 이겨낼 힘이 있는 사람이구나.'

'세계 어디에서 살아도 살아남을 수 강인함이 있구나.'

'어느 누구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졌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분야에 최선을 다한 그(그녀)가 대단해 보인다.


고등학교 친구를 보고 이런 믿음에 더욱 확신이 생겼다. 약 10년 전 친구 남편이 파나마로 발령받는 바람에 내 친구 가족은 모두 남미에 있는 파나마로 떠났다. 그리고 몇 년 후 '한국에 다시 왔나?' 궁금해 친구에게 연락하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에 산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여행이 아닌 이민으로. 아무 연고도, 인맥도 없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건 나에게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너 미국으로 이민 간 거야?"

"응. 몇 년 전에 미국으로 왔어. "

"어떻게 미국에 이민 갈 생각을 했어?"

"미국 여행 중에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마침 남편이 미국에서 취업 자리가 생겨서 오게 됐어. "

아직 미국 생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나는 내심 부러운 마음을 안고 친구에게 물었다.


"미국 생활은 어때? 너 영어 많이 늘었겠다"

"음...... 나 아마 너보다 더 못할 걸? 사실 영어 쓸 일이 별로 없어. 미국 사람하고 말할 기회가 많지 않아."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보니 그녀의 주변엔 모두 한국인들뿐. 아마 한인 교회를 통해 만난 지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서 '미국에서 몇 년 동안 산다고 영어가 저절로 느는 건 아니구나'란 생각과 함께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수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나는 영어를 끝장내고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의 저자 최영일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분야에서건 6개월에서 1년 정도 매일 지속해서 실행하면 최소 준전문가 수준이 된다. 지속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영어 학습의 가장 기본이다. 그리고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면 된다."


내가 그동안 영어 공부에 실패했던 이유도 훌륭한 영어 선생님이 없어서도 비싼 영어 학원에 다니지 못해서도 아니다. 바로 지속하고 반복하는 힘이 부족해서였다.


요즘 나는 미국 토크 쇼인 <Ellen show>를 시청 중이다. 그 전엔 아이들과 <NBC nightly news kid edition>을 꾸준히 시청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꾸준히 들었다. 6개월 정도 듣다 보니 잘 들리지 않는 문장이 들리기 시작했다. 스크립트를 뽑아 실제 앵커처럼 따라 했다. 그렇게 하니 신기하게도 처음 보는 동영상에서 나오는 말이 스크립트 없이도 들렸다. 그때의 희열감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모두 다 웃을 때 나도 같이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고비를 넘긴 기분이다. 이제는 그들이 하는 말을 나도 똑같이 반복적으로 따라 하고 지속하는 일만 남았다. 나도 영어를 통해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어려움을 이겨낼 힘이 있고, 세계 어디에서 살아도 살아남을 수 강인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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