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면 성공했을까?
나는 작년까지 작은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공동창업자로 참여했다.
준비했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1년반을 몸담았는데, 이제는 거의 폐업 수순을 밝고 있고... 완전한 실패를 경험했다. 돈도 몇달치 월급을 포함해서 내가 쓴 돈까지 하면 돈도 많이 잃었고 엄청난 마음의 스트레스까지 경험했다. 물론 어떤 사람은 빚더미에 앉을 정도로 실패하기도 하는데 다행히 난 그전에 정리를 하고 빠져나와서 하나님께 감사하기도 하다.
사업을 하면 다 성공할 거 같고 내가 하면 잘 할 것 같고 그랬는데 얼마나 서비스를 런칭해서 사용자를 모으는 게 힘든 건지 그때 알게 되었다. 정말 Survivorship Bias (생존편향 : 주변에서 성공 케이스 몇개만 듣고 다 잘되는 거 같은 느낌)이 얼마나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건강과 돈, 스트레스로 경험했다.
근데 나조차도 한마디로 우리 게임 차별화 포인트가 설명되지 않았기에 어쩌면 실패는 당연했던 것 일수도 있다. 그 후부터 나는 트레바리 모임들에 참여하고 회사에서 투자 업무를 하면서 성공 궤도를 밟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 IR을 듣는 기회들을 통해
내가 이렇게 했으면 성공했을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1. 프리토타이핑을 할 때 적극적인 구매 의지까지 보는 것
최근 몇달 간 읽은 책중에 가장 좋았던 책은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세지는 "될 사업을 해라"라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토타이핑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는데 즉 사업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시장에 대한 데이터나 아이디어를 생각으로 시뮬레이션 돌려보고 사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프로토타입보다도 더 적은 리소스로 시장을 미리 파악해볼 수 있는 프리토타입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당을 차리기전에 식당 외관만 만들어놓고 진짜 그 컨셉의 식당 문을 몇명이나 들어오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게임 사업을 하면서 게임 런칭 전에 어느 정도 일부만 개발해서 광고를 돌려보고 광고 단가가 예상 LTV (유저당 벌 수 있는 돈)보다 작은지 확인해보는 전략을 많이 쓴다는 것을 알고, 비슷하게 우리가 생각한 게임들의 디자인 시안을 통해 게임 광고를 먼저 돌려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획한 게임들중 어떤 게임을 먼저 개발할지 결정하고자 했는데, 그 때 CPC(클릭 당 광고 단가)만으로 파악했다. 근데 그저 클릭하는 것은 적극 구매의지를 본 것이 아니라서 내가 고안한 CPC 단가로 비교하는 방법은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차라리 나는 게임의 쿠폰을 미끼로 이메일 주소를 남기도록 했으면 진짜 이 게임에 관심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비교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즉, 진짜 구매로 전환가능성 높은 고객을 파악하는게 사업성을 판단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쳤다. 책을 읽으면서 프리토타입을 할 때 구매로 얼마나 전환될지를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겠다는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었다.
2. 인사가 만사인데,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다른 방법을?!
물론 많은 기업들이 채용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 알고 있다. 근데 초기 스타트업들은 진짜 사람들을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한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면 채용을 바로 해버렸다. 레퍼런스 체크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근데 그런 한두명이 다른 사람들한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위기를 얼마나 헤칠지, 그리고 병목현상을 얼마나 만들지 전혀 고려를 못했다.
우리는 한명의 기획자가 있었다. 나는 심지어 그 분과 그 전회사에서 같이 일을 해봤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없이 그 분의 채용에 동의했다. 근데 그 분과 사실상 나는 같은 회사에는 있었어도 같은 프로젝트는 안 해봤기 때문에 제대로는 모르는 것이었는데 왜 나는 주변인들에게 연락해서 물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 분은 빠르게는 일을 했지만 문제는 너무 자주 아파서 (물론 이걸 탓할 수는 없으나..) 초기 스타트업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병목현상이 너무 많이 생기는 것이었다. 심지어 무단 결근하거나 그런 날들이 많다보니 다른 사람들까지 헤이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잘되는 초기 스타트업들을 보니 한사람 한사람 뽑는 것에 엄청 신중했고 대표가 주변에서 지켜보며 같이 일하고 싶다던 사람을 계속 설득해서 영입한 스토리가 많았다. 그래서 차라리 나는 스타트업에 열정 있는 사람들을 디스콰이엇 모임이나 스타트업 네트워킹 이벤트들에 가서 알아두고 계속 보다가 설득해서 영입해오는 방식들을 차용해야 했던게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도 질문은
과연 이것만으로도 나는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었을까?
더 가다듬어야겠지만, 이제는 정말 성공의 역사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