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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Dec 30. 2022

집사의서평#70 좀비 3.0

과학자가 좀비를 죽이는 법



들어가는 말

 

 좀비물을 처음 접한 것이 '워킹데드'였다. 개인적으로 워킹데드가 재미있었던 것은, 좀비라는 객체가 아니라 좀비라는 대상을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여러 모습들이었다. 평소라면 당연히 드러나지 않기에 나를 포함한 주변 누구라도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좀비물은 인기를 힘에 업어, 단순히 B급 SF 물을 벗어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인기를 좇아 많은 창작자들이 새로운 좀비를 탄생시켰다. '으어어'하며 도대체 잡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던 좀비를 벗어나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리는 좀비. 단순히 무덤에서 일어난 '부활 좀비'를 뛰어넘어 물리면 전염되어 모두 좀비가 되는 세상. 무지성을 벗어나 생각하는 좀비나 집단 지성을 가진 좀비. 심지어 인간을 사랑하는 좀비까지.

 이렇게 다변화된 좀비물 속에서 이 소설은 나름 새로운 비틀기를 시도했고, 예상외의 논리적인 방법에 어느 정도 수긍까지 해버렸다. 읽다가 개인적으로 소재 하나를 건졌다고 생각해서 뭔가 보람마저 느껴진다. 



과학자가 좀비를 죽이는 법


 일본 예방감염증연구소에 근무하는 카츠키. 휴일 당직근무로 출근을 했다가 WHO 사이트에서 인간이 흉폭해지는 감염증이 발생했다는 기묘한 리포트를 읽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밖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체에서 영화 속 좀비처럼 인간이 인간을 공격하고, 물린 인간은 1분 이내 다시 좀비가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연구소 내에서 일단 대기하지만 최종적으로 출동한 일본 자위대마저 물리지 않고도 변해버리는 문제로 결국 패닉에 빠져버린다. 다행히 총을 갖고 연구소를 찾아온 형사 이치조의 도움과 좀비 마니아인 대학생 시로타의 도움으로 좀비들을 처리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멸망밖에 없음을 깨닫는다. 결국 매몰차게 냉정한 카세, 연구에 미친 시모무라와 함께 좀비 감염증에 대해 연구를 하기로 한다.

 좀비로 변한 동료를 검체 삼아 해부를 해봤지만 딱히 힌트를 얻지 못한 카츠키 일행. 하지만 좀비 전문가인 시로타와 시모무라와 함께 머리를 맞대 해부 결과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도출해낸다. 결국 유전자 분석을 통해 좀비 감염증의 비밀을 풀어내고야 만다. 그리고, 의문이었던 이치조의 비밀 역시 풀리는데...



좀비에 대한 새로운 접근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인기몰이를 한 번(몇 번)했던 좀비물은 이미 다양성을 갖췄다.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했고, 새로운 상황도 여러 번 주어졌다. 아무래도 웬만해서는 클리셰를 벗어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서, 좀비를 맞이하는(?) 인간 군상에 대해 내밀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해냈느냐 하면 그것 또한 인정하기 힘들다. 중간에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혹은 영상화를 감안했거나 원래 시나리오를 구상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은 각종 매체를 통한 좀비 상황 중계방송들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 전 세계의 상황을 표현했을 뿐, 그 안에서 인간군상에 대한 어떠한 것을 느끼기에는 각 파트가 양도 적었거니와 묘사도 감상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그만큼 빼어난 요소가 있었기 때문인데, 단연코 좀비에 대한 전에 없던 새로운 해석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이 역시 전에 없던 방식은 아니다. 뛰는 좀비, 걷는 좀비와 먹히는 인간, 좀비로 변하는 인간은 어찌 보면 전에 있던 좀비들의 믹스로 여겨질 수도 있고, 원인에 대한 해석은 개인적으로 영화 '해프닝'(2008, 미국)과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긴 하지만, 결국 문제를 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해결법이 드러남으로 인해 '해프닝'에서 느꼈던 답답함도 없었거니와, 논리적·과학적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해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좋았다. 

 조금 안타까운 점은, 좀비물이 끝물인 데다가 이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에는 최고의 장점인 논리와 과학이라는 장치가 드러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작가가 K-좀비에 상당한 동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작가의 작품이 K-좀비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지는 않을까.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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