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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르군 Dec 30. 2022

집사의서평#73 신 이야기

제대로 된 인문서적


들어가는 말


 니체는 말했다. 신은 죽었다고. 아마 지독히도 굳건했던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었을 터다. 그러나 니체의 이 발언은 반어적으로 신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 되어버린다. 죽음이라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살아있다는 전 과정이 필요한 것이니까. 

 난 무신론자다. 이 책을 빌어 말하자면 엄밀히 따져 반신론자에 가깝다고 하겠다.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 종교에 대해 반감이 상당한 편이다. (역설적이게도 어머니와 외가는 상당히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우습지만, 처음에는 소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출판사를 살피지 않은 나 자신...) 하지만 일단 책을 펴고 나서는 이 책이 완전한 인문학 서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내가 쉬이 이 책을 중도에 접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의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한 학자다. 이런 학자가 신에 대해 이야기한 것에 대해 미진한 내가 어떤 서평을 할 수 있을까. 다만 분명한 것은 정말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된' 인문 서적을 읽어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신, 이야기

 

 이 책은 신의 존재에 대해 단순히 실체적 접근을 하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저자가 종교학자인만큼, 애초에 종교의 발생 기원인 신의 존재에 대해 종교를 넘어, 역사, 사회, 심리 등 다방면으로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고찰하고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다방면이라는 것은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신의 고향이나 주거, 어떻게 사는지와 신이 우리를 사랑하는가에 대한 물음. 또 사회적 계층에 따른 신의 분화와 신들의 정쟁 등 평소라면 생소한 방향에서 신을 이야기한다. 

 이는 아무래도 저자가 종교학자인 것이 꽤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종교에 대한 학문이라면 신을 논외로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딱히 정해진 실체가 없는 일부 추상적인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연구를 하려면 결국 우리가 이미 정립해둔 다른 가치나 학문들에서 이를 유추해야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 아닐까 한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결국 신과 인간이 불가분의 존재이며,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이며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신이 있는 인간의 삶과 신이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인간의 자세와 함께 이를 통해 온전해지는 신의 신다움과 인간의 인간다움, 신의 인간다움과 인간의 신다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같다.



제대로 된 인문서적


 서두에 말했지만, 최근 접한 책 중에 가장 인문서적다운 책이었다. 물론 최근 소설 위주로 독서생활을 해온 입장에서 굳이 비교우위적인 표현을 한다는 것은 오만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인문서적다웠다. 

 물론, 애초에 저자가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라든가 압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전반에 나오는 서울대 학생들의 토론 내용을 읽었을 때는 '과연, 정말 서울대학생들의 수준이 저 정도라는 것은 세계적 석학들이 모인 대학이라는 소리가 절대 소문이 아니라 진실이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애초에 어휘나 문장력, 그리고 신의 존재와 신의 존재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그렇게 인간이 사고하게 된 근거에 대한 역사, 철학, 사회, 심리적 해석들이 요즘의 수박 겉핥기식의 인문서적과는 그 궤들 달리하는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반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나중에 작가의 말에서 저자 스스로도 반성(?)했듯이 가독성이나 이해의 효율성에서는 정말 최악이라는 사실 역시 대부분의 독자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다른 것은 모르되 우리가 너무 쉽게 접하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매우 '어렵게' 접근하여 새로운 시각과 폭은 넓고 깊이도 깊은 지식의 해석으로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빼어난 인문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 인문교양 수업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싶기도 하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사회적으로 매우 첨예하고 민감한 주제인 '종교'라는 주제, 그것도 종교라는 것의 근간이자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 만큼, 유신론자 혹은 종교인들에게는 상당히 불편감을 줄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이 점을 매우 유념한 듯, 서두에서도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책의 제목을 '신 이야기'라고 정한 것이 '신이 하는 이야기'와 '신에 대한 이야기'의 중의적 표현임을 설명하였고, 서술 간에도 항상 종교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꽤 많은 양을 할당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좌면우고 한다고 해서 양쪽 입장의 독자들이 모두 이해해 줄까. 결국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왼편 사람에게는 오른쪽에 속한 사람이고, 우측 사람에게는 왼쪽에 속한 사람인 것을. 결국 종교인에게 이 책은 니체의 책과 같은 신성모독일 것이고, 나 같은 반신론자에게는 종교인의 눈치를 보는 책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럼에도 나 같은 반신론자 혹은 혐신론자마저도 도대체 왜 인간이 '신'을 믿고 의지하며 종교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신'이라는 존재가 인류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몇 번을 다시 말하게 되지만) 정말 좋은 인문서적이 아닌가 싶다.




본 서평은 서평단 참여로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증정받아 작성하였으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음을 밝힙니다.



개인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yuni-sol

※ 블로그 셋방살이 중입니다. '작가의 서재' 방만 제 관할입니다. ㅠㅅ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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