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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언명 Jan 23. 20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100-23] 백일백장 글쓰기 9기


몇 천 번을 불러도 더 부르고 싶은 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런 말이 하나 있죠
어머니를 부를 때마다 다가선 어머니 얼굴
나에게 사랑으로 가르치시네
몇 천 번을 불러도 더 부르고 싶은 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어머니 내 어머니

95년 MBC 창작동요제 대상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가사


바오로는 청각이 많이 예민한 아들이었다. 돌까지도 작은 소음에도 잠을 못 자고 깨는 아이여서 다섯 살 될 때까지 아들 때문에 나는 도통 잠을 못 자곤 했었다. 예민한 청각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매우 힘들었지만, 바오로에게는 그것이 큰 달란트이기도 했었다.


청음 실력이 좋다 보니 한두 번만 들은 노래도 멜로디를 외우고 약간은 절대음감을 가진 아이 같기도 했었다. 학창 시절에는 외국어 습득 능력도 다른 아이들 보다 빠른 편이었다. 나쁜 게 꼭 나쁜 것이 아님을 아이 키우면서 엄마가 배우게 되었다.


네 살 때 '찬찬찬'이라는 트로트를 기가 막히게 잘 불러서 명절이나 친척들 모임에는 아주 맛깔스럽게 노래를 잘 불러 어른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성당에서도 학생 성가대를 하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행사 때 자주 독창 무대를 가지곤 했었다.


유치원 다닐 때 어느 해 학예회를 하는데 바오로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노래 독창을 하게 되었다. 나는 진료 때문에 진료 시간 중 하는 학교나 유치원 행사에는 거의 불참이었던 엄마였다. 그런데 이날은 유치원 담임 선생님이 시간까지 정확하게 말해주면서 딱 십 분만 와서 아들 노래 듣고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진료 하다 중간에 후다닥 뛰어가서 바오로의 노래를 들었다.


2분여 동안의 노래인데 바오로의 노래를 듣는 어른들이 모두 눈물을 훌쩍훌쩍 거렸다. 어린아이가 얼마나 감정을 푹 담아서 노래하는지 그 자리에 있던 유치원 선생님들 부모님들 모두 감동받았던 무대였다. 비디오 촬영한게 없는 게 지금 생각하면 못내 아쉽다.


며칠 전 아들과 이런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노래를 들려주니 본인도 노래를 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때의 감동이나 감흥 이런 것은 전혀 기억에 없다고 했다. 너무 어렸으니 그럴 것도 같아 이해가 되었다.

그 학예회 이후 동네 분들에게 아들 노래 잘한다, 그날 너무 감동받았다 등등 많은 인사를 들어 쑥스럽기도 하였다.


오랜만에 다시 노래를 들어보니 노랫말이 단순하면서도 참 잘 만든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 반복해 들으니 나도 내 어머니 생각도 나고, 엄마를 불러 보고도 싶어 괜히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노래를 만든 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 '어머니','엄마'가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기억 소환을 하면서 다시 듣게 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 노래를 들으면서 나의 어머니를 다시 추억해 본다. 사랑 많고 베풂 많이 하던 나의 어머니 하늘나라에서 편히 계시길 항상 기도한다.


그리고 내가 어떤 어머니로 나의 아이들에게 기억될지도 생각해 본다. 많이 부족한 어머니겠지만 내가 이 세상 떠난 뒤 '우리 어머니가 제일 좋았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아이들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생각 다른 모습을 보여도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 어머니가 되려고 항상 노력하겠다. 그러면 나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말이 '어머니, 내 어머니'가 될 것이 분명 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95년 창작동요제 대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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