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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garden Aug 03. 2022

믿기지 않는 특별한 순간

사실… 고민했다.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할까… 말까…

그치만 나를 위해 기록하기로 했다.


내 앞 할머니는 보호사들이 치매라고 할 정도로 요즘들어 동문서답을 잘하시고, 낮에는 주무시고, 밤에는 섬망으로 힘들어하신다. 평소에는 순둥이 같으시다가 섬망으로 힘들어하실 땐 가끔 거친 표현을 쓰기도 하신다.


며칠 전 어떤 보호사의 ‘치매라 아무 생각없이’라는 말에 솔직히 화가 좀 났다. 그분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게 마음에 걸려서 보호사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하고 짜증을 내버린 날 밤이었다.


다들 동문서답하는, 밥 먹으면서 주무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키득키득(물론 악의는 없었을 수 있다.) 웃곤 했다. 문득 나는 그런 할머니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할머니… 혹시 이렇게 주무시다가 천사 만나봤어요?’로 시작된 우리의 대화. 그렇다고 하셨다. 천사한테 언제 데리러 올 건지 물어봤냐고 했더니 언제 가는지는 안 알려준다고 하면서 더 살다오라고 하셨단다.


‘할머니… 나는 이렇게 아픈데 왜 안 죽어요?’라고 물었더니 젊은 사람이 너무 안되었다고… 근데 아프다고 죽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일상 대화처럼 말씀하셨다. 그래서 조금씩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할머니… 죽는 거 안 무서워요?

것보단 사람이 왜 이렇게 허무한가…햐


할머니  떠나고 계세요? 아들 남편 때문에?

내 인생인데 (내 맘대로) 내가 못 가잖아…


할머니…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요?

가슴이 해주는 이야기…여…

(거기) 보믄 (항상) 자유로운거 같어


할머니… 이렇게 힘들 땐 무슨 생각을 해요?

당연히 좋은 생각을 혀야지…


할머니… 좋은 생각 안될 땐 어떻게 해요?

계속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혀.


할머니… 왜 안자요?

글쎄… 잠이 안 오네…


할머니… 오늘 너무 고마워요…

꿈에라도 무슨 뾰족한 수가 있을거여. 그렇게 무심할 순 없어…


믿기지 않지만, 모두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는 할머니지만, 나는 그냥 내가 경험한 진실을 쓰기로 했다.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지만, 그저 의아해하는 주변분들에게 진짜라고 강조하진 않기로 했다.


며칠  ‘ 먹으면서 잔다 사람들이 할머니를 놀리는  싫었던 나는, 바보처럼 취급하며 모든 잘못을 할머니에게 돌리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나는, 할머니께 츄파츕스 막대 사탕을 선물했다. (할머니께서 사탕을 좋아하신다.) 사탕을 잡고 한참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시던 할머니


할머니… 제가 드린 사탕 무슨 맛인 줄 아시겠어요?

라고 물었다.

꽃향기…


? 너무 놀라워서 입을 다물  없었다. 보통 츄파춥스 사탕은 과일맛이 많고, 이번에 내가 구입한  특별 한정 벚꽃향 사탕이었다. 할머니는 정확하고 분명하게 ‘꽃향기라고 하셨다.


할머니와 나눈 비밀 이야기가 더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할머니… 어쩌면 내 마음에도 할머니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을지 몰라요…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나한테 잘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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