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람 Jun 25. 2024

매일밤 우리 집 안방에서는 미러볼이 반짝인다

사실은 저주파 손목 안마기

아이들이 곤히 자는 우리 집 안방에서는 매일 밤마다 미러볼이 반짝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은 미러볼이 아니라 저주파 손목 안마기이지만, 그 모습은 신이 날 정도로 반짝인다. 


둘째를 출산 후 첫째 때와는 달리 몸의 변화가 빠르게 찾아왔다. 첫째 때는 출산 후에 손목이나 몸이 그럭저럭 버틸만했던 것 같은데, 둘째를 낳고 보니 손목, 어깨, 허리, 무릎, 발목...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아프더라도 잘 얘기하지 않고, 그냥저냥 지내는 나를 보고 너무 무던하다고 놀리던 남편은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는 나를 보며 놀랐다.
어느 날 모유 유축을 마무리하던 나에게 다가와 앉더니 손목에 신기한 물건을 하나씩 채우기 시작했다. 이내 불빛이 반이더니 전기가 통했다. 


안 해도 괜찮은데 뭐 이런 걸 샀느냐고 말했지만, 내 입은 웃고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 휘몰아치는 호르몬과 감정변화에 사탕하나 물린 기분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남편 덕분에 경험한 저주파 안마기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효과가 있나?'싶었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라는 말처럼 손목이 아프니 계속 찾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하니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물론 날로 커져가는 아이들 덕분에 안마기를 하지 않으면 다시금 아픈 것의 반복이었다. 


남편 또한 육아를 함께하고 있기에 어느 날부턴가 팔이 아프다고 했다. 저주파 안마기를 권했지만, 무서워서 싫단다. 뭐, 침도 무서워서 안 맞는다는 사람이니까 이해가 되었다. 병원에 가니 엘보우 문제라며 최대한 팔을 쓰지 않고, 물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편은 몇 번 꾸준히 가더니 별 효과가 없다고 가지 않았다. 


통증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남편의 팔에 강제로 저주파 안마기를 채웠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 후, 남편은 눈을 번쩍 뜨더니 병원 전기치료 같다며 좋아했다. 다음날은 내가 강제로 채우지 않아도 스스로 찾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 집 안방은 매일밤 나와 남편의 저주파 안마기 사용으로 한참을 반짝인다. 


아이들을 키우며 우리 부부는 '저주파 안마기'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아픈 곳은 많고 가끔 버겁고 지칠 때도 있지만, 소중한 아이들에 비할바가 못된다. 우리는 매일 밤마다 저주파 안마기로 반짝이는 시간을 노래방 미러볼이 반짝이는 것처럼 즐기며,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얘기로 꽃을 피워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유식 - 후기이유식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