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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킹글리쉬 Nov 06. 2020

예산 안에서 최대한을 뽑으려면 도서 구매 목록을 만들자

세상에 재미있는 영어원서가 너무 많다

첫째가 3살 즈음이었나. 영어 원서를 파는 사이트에서 'Roald Dahl' 챕터북을 마진 없이 판매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 때는 어떤 책이 좋은 지, 리더스북이 뭔지, 챕터북이 뭔지 모를 때였다. 책 판형이 어떤 지, 글밥이 어느 정도인지 자세히 알지 못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워낙 스토리가 좋은 책들이라 신랑이 첫째에게 읽혀주면 되겠거니 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받아드니 글밥이 너무 많고, 3살 아이에게 읽혀주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싶었다. 그 좋은 책이 책장 진열용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시간이 흘러 영어원서에 대해 조금 감이 잡혔을 때였다. 자주 가는 엄마표영어 맘카페에서 공구가 떴다. 당장 그 시기에 필요한 책이긴 했지만, 굳이 살 계획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하니 고민하다 결제를 했다.



"오늘까지만 공구 딜입니다. 우주 최저가라 더 이상 이 가격에는 나오지가 않아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어찌 안 살 수가 있는가. 단 몇 초의 고민이 무색하게, 이미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사진 출처 Pixabay @Engin-Akyurt


집안 경제가 잘 흘러가려면, 가계부 작성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구매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초과하지 않게 한도에 맞춰 생활하는 삶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엄마표영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좋은 책들이 많고, 유익한 DVD 등 다양한 자료들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자료들을 다 살 수는 없는 법. 정말 살 만한 값어치가 있는 책을 선별하고, 그 책들만을 사기에도 돈이 부족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엄마표영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집에 책이 몇 권 없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유명하다는 책은 다 사 들였다. 워낙에 책 자체를 비싸게 주고 구입하지는 않기에, 권당 많이 비싸봤자 5천원을 겨우 넘길까 말까 했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한 권 두 권 모여 한 달에 스무권만 사도 이미 10만원이 훌쩍 넘어있었다. 심지어 어떨 땐 단권이 아닌 세트를 구매하기에 금액이 더 올라가기도 했다.



평소엔 그나마 도서관도 함께 이용했기에 큰 출혈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도서관이 열지 않던 때, 온라인 서점에서 물량을 대량으로 푸는 바람에,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한 달에 거의 50만원어치 책을 사게 되었던 것. 몇 달간 카드의 노예가 되어 빚을 갚아 나가다 보니, '이 책들 굳이 다 안 사도 됐었는데....'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서구매를 위한 예산을 정했다. 이 때가, 첫째가 얼리챕터북으로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픽처북도 계속 병행해서 읽혀주었기에 금액을 분배해서 예산을 짤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챕터북 5만원, 픽처북 5만원으로 예산을 나누었고, 그 안에서 도서구매목록을 만들었다.








사진 출처 Pixabay @mohamed_hassan


도서구매목록을 처음 작성하게 된 이유는, '어느 사이트가 더 저렴한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특히나 챕터북 세트 위주로 목록을 만들었다. 챕터북의 경우 같은 구성이라도, A 사이트와 B 사이트의 가격이 다르고, 여기저기에서 핫딜이 뜬다. 그런데 딜이 떴을 때 이게 정말 대박인지 중박인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딜이 뜰 때마다 매번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려니 너무 귀찮았다. 평소 가격을 알고 있어야 딜이 떴을 때 바로 결정을 내리기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서구매목록에 책 제목(세트 구성), AR지수, 구매처 A, B와 가격을 비교해 적어 넣었다.



그리고 도서구매목록을 적으면서 좋은 점을 한 가지 더 발견했다. 바로 집에 있는 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평소에 도서관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어떤 책이 집에 있고, 어떤 책이 빌려서 읽어본 책인 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었다. 특히나 영어그림책의 경우는 두께가 얇아서 책장에 꽂아두면 책 한권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데 도서구매목록을 적으면서 산 책은 표시를 해 두고, 사야할 책도 목록에 적혀 있으니 이처럼 편할 수가.





사진 출처 Pixabay @StockSnap


사실 도서관에 있는 책이라면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 일명 최애책은 확실히 두고 두고 쓰임새가 많기에 그만큼 뽕을 뽑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사도 될 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은 구매를 하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이나 계획 없이 그저 책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이것 저것 장바구니에 담다 보니, 어느덧 집안 책장은 꽉 차고 통장은 텅장이 되어 있기 일쑤였다. 이런 사태를 최대한 막기 위해 도서구매목록을 만들어 적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핫딜이 떠도 정말 유용하고 필요한 책인 지 두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최대한 도서관에 있는 책은 대여해서 읽히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구매는 챕터북처럼 단계별로 계속 읽어나가야 하는, 중간에 멈추면 맥이 빠지는 이야기의 책들 위주로 하는 작전을 세웠다.



예산을 세우고, 도서구매목록을 만드니, 오히려 더 알찬 쇼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구매했을 때 나와 아이들 모두의 만족도도 더 높다. 고로, 아무 책이나 핫딜이라고 막 지르지 말고, 절제된 지출이 필요하다. 딜이 뜨면 통제하지 못하고, 꼭 한 권이라도 사야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도서구매목록을 꼭 한 번 만들어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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