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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쭈꾸미 Oct 21. 2024

얼렁뚱땅 결혼하긴 싫지만

무수히 많은 의사결정 앞에 놓인 나, 이것이 결혼 준비구나.

진화하는 웨딩업계


남자친구와 아이웨딩으로 제대로 된 웨딩홀투어를 다녀왔다. 아이웨딩은 웨딩 플랫폼인데, 앱을 통해 원하는 식장 예약 신청을 하면 상담사가 매칭과 상담을 도와주는 식이다. 어쩌면 구직고용 플랫폼 리멤버와 비슷한 디지털 수작업 노동이겠다. 플랫폼이란 건 무릇 공급과 수요를 연결해 주는 것이니, 어떻게 보면 웨딩플래너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아이웨딩은 플래너의 디지털 플랫폼화 라고 할까나.


웨딩업계도 진화한다


가봐야 아는 나의 취향


우선 우리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고, 원하는 웨딩홀의 조건을 나열해 봤다. 이걸 기반으로 아이웨딩에서 지역마다 가보고 싶은 골라 상담 예약을 하면, 아이웨딩 상담사가 직접 홀과 조율하면서 스케줄 짜는 걸 도와준다.


함께 원하는 식장 후보를 선정했고, 하루 동선에 맞춰 예약 신청을 했다. 그리하여 일요일을 활용해 처음으로 웨딩홀 투어를 다녀온 곳은 3군데. 역시,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 직접 공간에 가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다.


첫 웨딩홀 투어로 한 겹 더 명료해진 나의 취향은-


첫 번째, 기업/상업 건물에 있는 홀은 예식장은 예뻐도 건물의 기본적인 마감재 같은 것이 너무 딱딱해서 싫다는 것. 두 번째, 생각보다 홀의 천고가 높고 낮음은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 (나는 키가 작은 편이기에) 세 번째, 무조건 그리너리한 공간이 좋다!


너와 나의 귀가 이다지도 얇았던가


다녀온 곳이 컨셉도 천차만별에 받아온 예산도 극과 극이라 어질어질하다. 특히나 마지막 웨딩홀은 사장님이 미쳤어요 급의 가격에 한 방, 예약부장님의 ‘신부님, 천만 원 아껴서 유럽 가!’ 멘트에 두 방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야외 예식장도 보유한 홀이었는데, ‘야외예식은 아무래도 너무 리스크가 크지!’하고 완고했던 우리의 마음을 멱살 잡고 뒤흔들어 놓았다. 게다가 상담하러 방문한 날 하필이면 날씨도 화창해서, 이런 날씨라면 2천 후반의 돈을 기꺼이 지불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여기는 평균보다 얼마가 더 비싸니, 계산을 때려 보자면... 여기 이 로드를 따라 걷는 게  한 걸음에 50만 원씩. (!)


그렇게 남자친구와 함께 손을 잡고 야외예식장 로드를 함께 걸어보기도 했다. 50만 원, 50만 원, 50만 원…


자,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600만 원이야


몇 개월 전 재미 삼아 상담을 다닐 때보다는 웨딩 지식이 좀 생겨서 예식장 견적에 대한 감은 온다. 원하는 예식일까지는 약 1년이 남았으니, 그래도 10개월 전까지는 좀 더 다녀보면서 결정을 할 예정이다.


의사결정의 길은 험난하고...


좋은 예식장의 조건은 위치, 교통, 주차, 음식, 밝은 홀이 좋구요, 단차도 있어야 하고요, 아, 대기실은 안 쓸 거라 로비만 넓으면 됩니다. 음 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질수록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현명한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이렇게 피부로 깨닫는다. 아, 이래서 가중치라는 것이 중요하구나…!


결혼 준비는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에는 약하지만, 얼렁뚱땅 결혼하긴 싫은 나. 아직은 예비신부라는 타이틀도 어색하지만, 이 여정에서 느끼는 것들을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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