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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ae maker yeon Nov 20. 2023

상품을 기획한다면 생략해서는 안될 단계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노트북 가방을 만들어보자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무용한 물건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욕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브랜드의 제품만 주는 기능적 임팩트도 꼭 가지고 가고 싶었다. 적당한 소비력을 가진 4년차 직장인으로서, 이전 구매를 통해 깨달은 바가 있기도 하고 (나는 귀엽지만 무용한 물건은 구매 해놓고 딱히 쓰진 않더란 말이다. 자꾸 먼지만 쌓이고...) 부동산 투자를 하며 정말 필요한 것만 사보는 극단적 절약의 경험을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키링이 유행인 것도 알겠고, 문구류도 제작이 쉬울 것 같아 고려해봤는데 결국 첫 제품으로 만들지 않았다. 왠지 필요하지만 없어서 불편한 것들. 일상생활에 많이 쓰이는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첫번째로 생각한게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이었다.


나는 굉장히 직관적이고 아이디어형 사람인지라,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 편이다. 찾아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접는거고 '해볼만 하겠는데?'하면 그 때부터 문서작업을 시작한다. 노트북 가방에서 기회를 봤던 건, 펀딩 플랫폼에 올라온 노트북 가방들이 대부분 가방의 본질을 '수납'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가방의 본질은 수납이 아니다. 디자인이다. 가방은 생각외로 궁극의 패션아이템이다. 특히 여성들한테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명품은 잘 구매하지 않지만, 가방은 명품을 몇개 가지고 있다. 가방은 내 스타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큰 아이템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적당한 가방이 없을땐 차라리, 탄탄한 종이백에 넣어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 이상한 백에 넣을 바엔 차라리 종이백을 택하겠다는 심리로..) 


그래서 디자인 요소를 최대로 고려한, 직장인들이 회사에 가지고 다닐 수 있을만한 

노트북이 들어가는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사실 이건 내 가설이기도 하다, 여성용 노트북 가방에 실용성보다는 미적인 부분을 고려한 것이 더 먹힐 것이라는 가설. 




1. 내가 그 상품군의 타겟인 경우, 타겟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그 상품을 사용할 타겟일 경우에 상품 기획에 굉장히 유리하다. 평소 생활하면서 '없어서 불편했다'거나 '이것만 개선되면 좋을텐데'라는 포인트를 떠올리는 상황에 해당한다. 나는 평소에 노트북을 정말 자주 들고 다니는 편이였고, 넣을만한 가방을 잘 찾지 못해서 애를 먹고 있었다. 내가 타겟이었고, 내가 가진 불편함에서 시작된 경우에 해당한다. 조금 더 부가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는 노트북을 거의 매일 가지고 다니는 직장인이었는데, 회사에서도 점심시간에 다른 것 좀 하고 싶어서 (회사 컴퓨터에는 기록도 남고.. 아무래도 찜찜하니까) 개인 노트북을 들고다니면서 사용했다. 주말에도 노트북을 바리바리 챙겨서 들고 다녔는데, 집에서 잘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같기도 하다. 카페에서 데이트 하며 하고 싶은 일들도 하고, 가끔 강의나 모임도 가고 그러다보니 항상 한 손에는 가방 한 손에는 노트북 가방이 들려있었다. 내가 기존에 노트북을 들고 나갈 때는 5가지 정도의 옵션이 있다는 것을 정리해봤다.


첫째, 자주 메는 토트백을 매고 한 손에는  노트북 파우치에 든 노트북을 든다. 

좋아하는 가방을 멜 수 있으면서 노트북도 들고 나갈 수 있어서 가장 많이 쓰는 옵션이다. 하지만 손은 두개 밖에 없으니 이렇게 들고 출근하면 지하철에서는 거의 죽음이다. 팔이 빠질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팀장님 전화가 와도 못받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하루 에너지 출근길에 다 써버리는 느낌 먼지알지...


둘째, 검정색 백팩에 넣는다 

가장 편하다.하지만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고, 왠지 카페가면 바로 카공족으로 볼 것 같아 찔리고 (전 집중력이 약해 한 카페에서 2시간 이상 노트북을 못하지 말입니다 ㅠ) 옷의 전체적인 무드를 해쳐서 진짜 바쁜날 아닌 이상은 하지 않는 옷차림이다.왠지 모르게 주눅이 드는 하루를 만들 수 있다. 일도 잘하고 싶고, 일잘러로 멋져보이고도 싶다구요.


셋째, 엄청 큰 프라이탁 토트백에 넣는다

프라이탁 가방은 엄청 크기 때문에, 다 들어가긴 하는데 프라이탁도 무겁고 노트북도 무겁고 수납 공간도 없다. 가방 손잡이는 짧은거 하나뿐이라 맬수도 없다. 결국 그렇게 나간 날에는 손에 빨간 손잡이 자국과, 손잡이를 어거지로 팔에 걸쳐서 생긴 영광의 상처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넷째, 에코백에 넣는다

이 방법은 집 가까운 카페를 갈 때면 자주 쓰는 방법이긴 하다. 그런데 어떤 에코백엔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에코백엔 안들어가기도 하며, 소재또한 천차만별이고, 끈이 애매하게 짧다. 에코백들은 밑이 좁아서 노트북만 넣어도 꽉 차기 때문에 충전기나 다른 짐들을 넣기가 어렵다. 


다섯째, 노트북 회사에서 준 노트북 전용 가방을 쓴다 

깔끔하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누가봐도 일 많은 사람의 느낌, 어떤 옷을 입어도 노트북 가방 덕분에 태가 안사는 느낌. 


그래서 노트북 들어갈만한 가방을 알아보던 중에, 마땅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고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다.



2. 데이터와 직관을 크로스체크하며 가설을 검증하자


개인적으로 데이터보다 조금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들의 리뷰이다. (데이터를 잘 보지 못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유튜브나 네이버 블로그,  실제 상품이 판매되는 플랫폼,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검색해보기 등의 방법을 통해 사람들의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 브랜드를 하는 분들과의 커피챗에서 높은 확률로, 이것을 꿀팁으로 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리뷰를 보고, 1-2개만 개선해본다는 팁. 실제로 네이버에서 '노트북가방추천' 검색어로 상당히 많은 잠재 구매 고객들의 페인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찾아본 페인포인트들과 해당 노트북 가방을 구매한 이유가 섞여 있다. 


"노트북을 매일 들고 다녀야하는데, 

백팩이 아닌 가죽 소재의 가방을 가지고 싶어서 서치했었다.

 너무 각진 서류가방 형태의 가방만 있어서, 좀 더 자연스러운 형태가 없을까 고민했다" 


"너무 사무적인 가방 같지 않게 디테일이 있어서 좋았다." 

"키에 비해 크기가 생각보다 크긴 해서 당황스러웠다."

"자연스러운 형태여도, 바닥면은 딱 잡아주는 게 좋다"

"크기에 비해 무게가 가벼워서 좋았다."

"그럼에도 예뻐서 용서된다" 


찾아보다가 느낀 점은  '노트북이 들어갈만한 보부상 가방'은 꽤나 많다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노트북 가방 추천에는 이런 가방들이 올라와있었다. 하지만 노트북을 위해서 만들어진 가방은 아니라서 어깨 끈이 너무 얇거나, 둥글거나, 짧거나 가방에 바로 노트북을 넣을 수 있는 칸이 없었다. 리뷰를 읽어보다보니, 수요는 있는 분야인데, 그걸 충족하는 제품은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잘 알지 못하지만, 상품을 소싱하거나 키워드 광고를 하는 경우 자주 쓴다고 알고 있다. 나도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아이템스카우트나 블랙키위 네이버키워드광고 사이트를 맛보기로 사용해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초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 검색해보긴 했다. 검색량대비 상품수가 적은 부분을 살펴봤는데 역시 15인치,16인치 등 크기가 큰 노트북 가방에 대한 수요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17-8인치의 경우 검색량 자체가 많이 적었고 16인치의 경우는 검색량은 꽤 있는데 상품수는 적었다. 15-16인치가 들어가는 가방으로 한 뒤 16인치 노트북 가방으로 키워드 검색을 걸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 실제 사람들의 생각을 딥하게 알아보자 : 구글 설문지 


단순하게 기획을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단가가 높은 상품을 해보는 건 처음이라서, 조금 더 조사를 해봤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네는 어때? 라는 걸 물어본다.  일단 가볍게 주변 사람들한테 내가 이런 걸 할거라고 말을 하고 반응을 본다. '나도 그거 필요한데!' 라는 답변을 몇분들께 받아서 내가 너무 뜬금없는 상품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구나 안도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한번 물어본다. 그 땐 아직 팔로워수가 많지 않은 작은 계정이었지만 스토리의 설문 기능이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적극 활용했다. 


어느정도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일단 핀터레스트와 검색을 통해서 노트북 가방으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이미지들을 모으고, 그 이미지들을 분류했다. 틈틈히 성수동과 ( 신생브랜드 팝업들이 정말 많은 성수!) 백화점을 다니면서 실제 나와있는 가방들을 많이 보고 다녔다. 


아래에 내가 설문조사했던  구글 설문지 캡쳐본을 첨부한다. 나는 그냥 노트북 가방을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고, 브랜드의 첫 상품으로 노트북 가방을 기획했던 거라서 답변자가 우리 브랜드의 타겟인지 확인할 수 있는 질문들도 추가했다. 이 질문들은 설문 결과를 정리할 때, 누구의 목소리를 더 크게 들어야하는지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다음 글은, 설문지의 결과와, 수많은 의견들을  우리 브랜드의 방향에 맞게 영점조절한 시행착오를 정리해서 가져오겠다. 살짝 스포일러를 하자면 설문지를 받아보고 나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디자인을 개선'하는 부분이었다. 디자인은 사람마다 취향도 다르고 정답이 있는 영역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아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내가 막연하게 이런 정도를 하면 좋지 않을까? 했던 것들을 사람들의 생각으로 확인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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