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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ae maker yeon Nov 28. 2023

우리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CHaaE가 지켜주고 싶은 임차연 대리의 이야기

한때 광고인이었던 저는 잘짜여진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레어로우 하우스의 이야기를 푹 빠져서 읽었어요. 브랜드 스토리인데 어떤 한 사람의 방을 보는 것처럼 생생했죠. 레어로우의 가상인물 최성우(최고 성수 레어로우랍니다..^^)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제품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겼답니다. 



29CM의 브랜딩 북에도  <29CM의 초상>이라는 파트가 있어요. 그녀의 나이와 머리스타일 가장좋아하는 색상까지 상세하게 묘사가 되어있습니다. 




2030여성이라는 뭉툭한 언어로 타겟을 잡고싶지 않았어요. 스몰브랜드라면 이 지점에서 게을러서는 안된다 생각했습니다. 어딘가에 진짜 있을 것 같은 한명의 사람. CHaaE[차에] 라는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일지 부단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해서 이런 사람이 탄생했어요.



그녀의 이야기가 좀 더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브랜드 CHaaE[차에]의 중심에는 임차연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임차연(오늘 연차임)은 가상의 인물로 굉장히 성실한 타입의 마케터입니다. ‘일 못한다’는 소리에 자존심 상하는 회사의 허리, 5년차 임대리죠.


<차연이 사는 곳

서른살인 차연은 어릴적부터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매일 빌딩 가득한 도심으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합니다. 편도 40분정도가 걸리는 길이죠. 


<차연의 회사생활>

1-3년차의 패기

입사 초기엔 밤을 새라면 새야하는 건 줄 알았어요. 회의를 다시 해야한다면 당연히 준비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뭐든 열심히 하며 3년차가 되었을 때 이상함을 느낍니다. 마음 한 구석에 있던 열정이라는 작은 불꽃이 파-삭 하며 죽어버리는 순간을 겪습니다. 내가 이 일을 왜 사랑했고, 어떨 때 뿌듯했으며, 앞으로 어떤 커리어패스를 만들어나갈지가 다 소용없게 느껴졌던 순간이요. 


연차몰아쓰기 일탈

이 마음이 여행을 길게 다녀오면 해결될 줄 알았어요. 한번은 15일 연차를 탈탈 몰아서 썼습니다. 멀리 유럽으로, 누구나 부러워하는 곳으로 떠났죠. 그런데 오히려 휴가가 하루씩 줄어들수록 너무 불행한겁니다. 돌아오는 길이 죽도록 싫고 복귀한 당일엔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죠.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걸 그 때 깨달았어요.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에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내가 의도한대로 사는 기분

출근시간도, 사무실위치도, 상사도, 팀도. 

직장인에겐 바꿀 수 없는 것이 많다는 그 사실을 온 몸으로 경험한 차연. 

그녀는 이제 바꿀 수 있는 작은 것들은 기어코 바꾸게 되었습니다. 


회사 사무실에 두는 컵. 멍때리며 만지작거리는 코스터. 서류를 붙여놓은 자석. 의도를 가지고 정성껏 소품을 고릅니다. 집도 마음을 들여 정돈해요. 내가 굳이 선택한 티슈패브릭. 형광등 대신 켜는 작은 조명들. 잠이 잘 올 수 있게 잠들기 전 바르는 립밤.그리고 가끔 켜는 향초까지. 

굳이 선택한 물건들이 많을수록 좀 더 삶이 의도대로 살아지는 느낌입니다. 


5년차의 일상

지금도 차연은 한 달에 5일정도는 야근을 합니다. 야근과 주말출근에 익숙해진 그녀이지만, 아직도 1년에 몇 달은 버틸 수 없는 강도로 일이 몰아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일상이 한 층 더 공허해진 느낌을 받곤 합니다. 야근 택시를 타고 한강을 건너면 괜시리 눈물도 맺히는 날들입니다. '나 잘 살고 있는 거 맞나?' 그래도 어쩌겠어요. 누구나 다 이런 삶을 산다며 잘 참는 편입니다. 우울할때도 출근을 해내고, 불안함에도 발표를 해내고, 슬픈날에도 책임을 다하며 차연은 어엿한 대리가 되었습니다.


5년차의 취미

최근엔 사라지지 않는 두통을 견디다 못해 요가수업을 등록했는데요. 핸드폰을 꺼두는 게 규칙이더라구요.핸드폰 없이 1시간 수업을 듣고 나니, 다른 세상에 다녀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를 따라 싱잉볼 명상 수업도 가봤습니다. 소리를 들으며 함께 명상하니 혼자 하던 것보다 몰입하기 쉬웠습니다. 그렇게 차연은 요즘 마음을 위한 PT수업을 챙기고 있습니다. 


어떤 선배가 되어야할까

늘 막내였던 그녀에게 후배도 생겼어요. 후배가 웃고있어도 말수가 적은 날에는 괜시리 마음이 쓰입니다. 회의때 너무 열심히 만든 자료를 볼 때면, 대견하면서도 예전의 자신처럼 너무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힘들다면 후배에게 회사지원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심리상담에서 그녀는 꽤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괜한 오지랖이 될까봐 아직은 말을 삼킵니다.  


현재진행형 그녀

아직까지도 '일을 너무 잘하고 싶은' 나와 함께 사는 게 어렵습니다. 늘 번아웃이 오면서도 잘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욕심내는 나. 미래 에너지까지 무한으로 끌어써서 일하는 나. 그런 나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잘은 모르겠지만 하나씩 배워가고 나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삶을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이제 막 쉼을 챙기기 시작한 차연의 라이프 


차에는, 그녀를 위한 물건을 만듭니다




브랜드 소개서에 사진과 함께 실은 내용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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