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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자 Jan 23. 2022

프롤로그. 생애 두 번째 앵커가 되다


"앵커로 결정되셨습니다."

작년 4월, 데스크로부터 내가 TV 뉴스 앵커로 선발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분이 묘했다. 뜻밖의 통보에 기쁘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회사는 몇 주 전부터 새로운 앵커를 물색 중이었다. 17년차 기자였던 나도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내가 선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라디오 시사프로 앵커를 했던 나에게 설마 또다시 앵커 자리가 주어질까 싶었다. 그래서 아직 앵커를 해보지 않은 후배 기자 또는 뉴스 리딩이 좋은 아나운서가 앵커를 맡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나는 몇 년 사이 체중이 많이 늘어서, 비쥬얼 측면에서도 앵커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나는 2년 만에 다시 앵커를 맡게 됐다. 생애 두 번째 앵커가 되니 책임감이 막중했다. 첫 방송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점. 준비할 게 많아 마음이 급해졌다.


당장 프로필 사진부터 찍어야 했다. 홈페이지 개편과 뉴스 홍보에 들어갈 사진이라 중요했다. 의상부터 화장, 머리까지 각별히 신경을 썼다. 촬영 당일, 사진을 100 넘게 찍은  같다. 서서 찍고, 앉아서 찍고, 원고를 들고 찍고, 카메라를 봤다가, 옆을 봤다가 다양한 포즈로 찍고  찍었다. 베스트컷을 골라내고, 디자인팀의 손길을 거친 끝에, 프로필 사진이 완성됐다.  





2021년 5월 17일, TV 뉴스 앵커로 데뷔했다. 몇 번 대타를 뛰었던 터라, 뉴스 준비 과정이 낯설진 않았다. 하지만 정식 앵커가 되니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뉴스에 들어가기 전,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 앵커멘트를 다듬고, 헤드라인을 써서 녹음하고, 클로징멘트를 쓰고, 의상을 입고, 분장을 받고, 인이어와 마이크를 착용하고, 카메라 세팅을 거쳐 스탠바이를 하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긴장 속에 첫 방송을 무사히 마쳤다.


https://www.youtube.com/watch?v=WonJquxRAaA




뉴스가 끝난 후, 선후배들이 케잌과 꽃다발을 들고 스튜디오로 들어와 앵커 재데뷔(?)를 축하해줬다. 고마웠다. 사진을 보니 그날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40대 여기자 출신 종교방송 앵커

나에게 주어진 타이틀이 꽤 길다. 특별한 타이틀 만큼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브런치북을 써보기로 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빨리 시작하진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또 제목과 목차를 고민하다가 해가 바뀌고 말았다. 결국 9개월차가 되어서야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앞으로 TV 뉴스 앵커로서의 일상을 가감없이 진솔하게 적어 내려갈 생각이다. 적적했던 나의 브런치에 다시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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