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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suho May 21. 2024

angelsu_tudio : 나의 첫 공간

2024년 4월 1일



이사를 했다.

2022년 4월 8일부터 2024년 3월 31일까지 사용한 작업실과 이별했다.

더 넓고 좋은 공간으로 옮겼으니 기뻐할 일이지만, 정든 공간을 떠나는 서운함을 한순간에 떨치기는 힘들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개인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았다.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몇 가지 어려움이 동시에 겹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나의 첫 공간을 얻게 되었고, 많이 위로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방을 채웠다.

텅 비었던 방이 점점 무언가로 채워져 나갔고, 그 모든 것이 나를 위로했다.

작업실 한편에 있는 소파에 앉으면 내가 아끼는 모든 물건들이 맞은편에 보인다.

그것들을 감싸는 불빛을 보고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공간이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펼쳤다.

수많은 새벽을 지새웠고, 많은 그림을 그렸다.

무언가를 만들고, 나누는 일도 많이 했다.

여기에서 보낸 새벽들이 점차 나의 세상을 확장해 갔다.


이곳에서 세 학기를 보냈다.

3학년 2학기, 오랜만에 복귀한 학교에서 다시 열정적인 작업을 하는 데 작업실은 큰 도움이 되었다.

마감 직전 발 디딜 틈 없던 방을 경험하다 작업실로 장소를 옮기니 작업 효율성이 몇 배로 증대되었다.


4학년 1학기, 정말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많은 밤을 새웠다.

촬영이 끝나고, 시험이 끝나고, 마감을 하고 작업실에 돌아와 쓰러졌다.

시험공부를 할 때면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잠이 쏟아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4학년 2학기, 졸업 전시 주간을 보냈다.

졸업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베이스캠프가 있다는 사실이 든든했다.

전시를 함께 준비한 친구들도 작업실에 다녀갔고, 그럴 때면 작업실은 공유 오피스가 되었다. 


이곳에 다녀간 손님들의 수를 세어보니 총 29명이다.

나까지 30명의 사람들이 이곳에 발을 들였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리고 나의 첫 공간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전한다. 

앞으로 어디에 가더라도, 이곳에서 품었던 생각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https://www.instagram.com/angelsu_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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