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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불구하고 Dec 26. 2020

라디오 DJ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겨 봅니다.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 예년 같았으면 주변에 있는 친한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맛난 저녁을 먹었겠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많이 힘들어졌어요. 저도 그래서 집-회사-집의 경로를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라고 길거리에는 한껏 꾸며놓은 트리와 조명이 많던데, 반대로 사람들은 아홉 시만 되어도 없더라고요. 대중교통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겨울처럼 을씨년스러운 크리스마스를 겪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라 저도 적응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라디오 DJ라니, 이건 뭔가 싶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정말 우연히 지원하게 된 거였고, 크게 기대도 안 했는데 덜컥 붙어버려서 저도 많이 놀랐어요.


제 글을 처음부터 읽어오신 분들은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 몇 년 전, 인생이 곤두박질 칠 만큼 너무나도 힘든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그 일을 겪고 있던 당시에는 잠도 못 자고 살도 쭉쭉 빠지고, 피골이 상접해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고 주변 사람들이 얘기하더라고요.


그동안 잘 쌓아왔던 커리어도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고, 앞으로의 삶이 너무 암담하기만 해서 그때 당시에는 그저 죽고 싶단 생각밖엔 들지 않았습니다. 그 일이 터지고 한 달 반이 지난 어느 날, 저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리고 그날 밤, 생명의 전화에 연락을 했습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얼굴도 모르는 상담사님께 털어놓으며 제발 제 얘기 좀 들어달라고 흐느껴 울었어요. 여름날이었는데 그날은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요.


그때 그 상담사님은 정말 고맙게도 제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조언도 해 주셨죠. 그분 덕분에 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했던 저의 결정을 되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을 벗어버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그분의 한 마디가 저를 살린 것 같아요.


보이스 크리에이터에 지원하면서 제가 어떤 방송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던 그때 내가 듣고 싶었던 말들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힐링 방송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고객센터에서 근무한 지 3년이 되어가는데, 근무하면서 동료들로부터 듣기 시작한 말 중 하나가 목소리 좋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입으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이 쑥스럽긴 합니다만, 지금도 많이 듣고 있는 말이기도 해요.


그리고 지금 일하는 곳에서 상담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과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에 귀 기울이는 방법도요. 평소에 일을 할 때도 어떻게 해야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곤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단어 하나를 고르는데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아마 연초부터는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를 해주는 힐링방송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얼굴도 모르는 상담사님과 이야기를 하고 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고 제가 가지고 있던 어려움을 맨 정신으로 온전히 이겨낸 것처럼, 제 방송을 듣고서 누군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이 한 명만 된다고 해도 저는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소재는 좀 무거울지 모르겠지만, 너무 무겁지만은 않은 방송으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때 당시에 다시 마음을 돌린 후, 나름 <포디의 진통제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긍정적인 가사가 넘쳐나는 노래들을 골라둔 리스트가 있었거든요. 그때 자주 들었던 노래들도 함께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방송 타이틀도 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요. 수많은 단어 중에 저 접속사가 그동안의 제 인생을 제일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더라고요.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다는 방송 콘셉트에도 제일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공지영 작가님의 최신작 이름이랑 겹쳐서 조금 고민이긴 합니다. 혹시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아무튼, 새해부터는 라디오 DJ이자 브런치 작가로 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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