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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불구하고 Feb 02. 2022

ADHD 치료 종료!

그래서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요?

오랜만이에요, 여러분. 잘 지내시죠?


글을 안 쓰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작년 9월 초에 번역 일을 시작하게 된 이후로, 또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네요.


설 연휴 마지막 날인데, 떡국은 많이 드셨나요? 전 어제 부모님 댁에 가서 맛난 떡국과 함께 부모님, 외삼촌, 친척동생들과 함께 즐거운 수다타임을 보냈답니다. 좀 늦은 새해 인사이긴 하지만, 항상 즐겁고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응원할게요.


작년에 있었던 일들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뭐니 뭐니 해도 'ADHD 치료 종료'가 아닐까 해요. 정말이지 저에게는 너무 기쁜 날이어서, 약을 끊은 날(2019년, 치료를 잠시 중단하기로 한 날과 2021년 공식적으로 치료를 종료한 날 모두)은 제 기억 속엔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박혀 있답니다. 어떻게 된 건지, 지금부터 이야기를 쭉 해볼게요.


작년 9월 초에 번역 팀에 합류한 이후로, 조금씩 증세가 안정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때 당시, 저는 아토목신과 콘서타라는 약을 같이 먹고 있었거든요. 번역팀 가서도 약은 꾸준히 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지 약을 자꾸 빼먹고 안 먹는 날이 생기더라고요. 근데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는 날이 반복되었습니다.


보통 한 달에 한번 정도 약을 받는데요, 10월에 병원을 가려고 보니 약이 꽤 많이 남아서 병원에 연락을 했어요. 약 다 먹고 갈 테니 날짜 변경해 달라고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났는데 약이 줄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진짜 열심히 먹는다고 먹었는데도 말이죠. 정말이지 제가 받아온 약이 자가증식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 뭐예요. 날짜를 또 미뤘습니다. 11월 말을 향해 달려가는데 약은 여전히 남아 있더라고요. 약이 줄지 않고 남아있다는 건, 약을 먹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저에겐 받아들여졌습니다. 약을 다 먹고 가자니 12월 말은 되어야 할 것 같았어요. 선생님과 이 부분에 대해 의논해 보려고 약을 다 먹지 않은 상태로 11월 29일 월요일(기록이 남겨져 있진 않지만 11월 마지막 주 월요일로 기억하고 있어요)에 병원에 갔습니다.


"진짜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잘 지내셨어요?"

"네, 거의 3개월 만에 왔네요 그러고 보니. "

"요즘 일은 좀 어때요?"

"조금씩 적응되어 가고 있고, 번역팀 선배님들한테도 인정받으면서 일하고 있어요."

"오, 잘됐네요. 약은 잘 먹고 있어요?"

"생각날 때마다 먹는다고 먹는데, 약이 안 줄어요. 아직도 2주 치가 그대로 있어요. 약이 자가 증식하나 봐요. ㅋㅋㅋ"

"업무적으로 실수 많이 해요?"

"간간이 하는데 그렇게 큰 실수는 아니에요. 번역 팀이다 보니 아무래도 띄어쓰기나 오타, 맞춤법에 좀 예민해지긴 했는데, 그쪽으로 조금만 더 신경 쓰면 크게 심각한 문제는 안 생길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사실, 의사 선생님은 9월에 갔을 때도 "서윤님, 약 계속 먹을 거예요? 내가 봤을 땐 이제 약 없어도 될 것 같은데."라는 말씀을 하셨었어요. 근데 제가 우겨서 약을 계속 먹겠다고 한 거였거든요. 복용 중단 경험이 한 번 있던 저로서는 그냥 막연히 불안했어요. 또 안 먹었다가 병이 도져서 업무상으로 지장이 생기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 때문에요. 근데,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날이 점점 늘어나니까  '안 먹어도 일상생활 가능하겠는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더라고요.


"오늘 사실 그것 때문에 온 건데요 선생님, 지난번처럼 당분간 약을 안 먹어도 문제없을까요?"

"제가 봤을 때는 크게 문제없을 것 같아요. 아토목신은 단기간 먹는다고 효과가 나는 약이 아니어서 꾸준히 먹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약도 크게 필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는 호르몬 조절이 가능하도록 저 스스로 루틴을 만들어 볼게요. 운동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

"좋아요. 그럼 아예 치료를 종료하는 걸로 하죠."

"네? 종료라고요? 그래도 돼요?"

"네. 그럼요."

"혹시라도 나중에 증상 재발하면 어떻게 하죠?"

"그럼 그때는 다시 편하게 와서 치료받아요. 약 안 먹겠다고 강박관념 가질 필요 없으니까, 괜찮아요."


이 대화를 끝으로 저는 공식적으로는 치료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ADHD 때문에 병원에 다시 갈 날이 생길지 어쩔지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미래라는 건, 불확실함의 연속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제가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매일 실천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고 있습니다. 운동도 그중 하나예요. 지금 팀에서 제가 맡은 게 있는데, 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일이거든요. 매주 두 번, 그걸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 출근 후 업무 시작 전까지 30분간, 회의 직전 30분간 산책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그걸 지금까지 열심히 지켜오고 있어요.


앞으로 병원에 가든 안 가든, 올 한 해는 좋은 루틴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고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이것만 되면 앞으로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잘할 수 있겠죠? ㅎㅎ


여러분의 2022년도, 그리고 저의 2022년도 지금보다 더 멋지게 비상하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ㅎㅎ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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