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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럼에도불구하고 Feb 18. 2022

새벽 기상에 눈을 뜨다.

한번 맛 들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새벽 기상의 묘미. 

그동안의 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생활에 대한 단조로움을 견딜 수 없어,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라며 눈을 반짝이고 있던 작년 연말. 새벽 기상은 나에게 그렇게 기습적으로 찾아왔다. 


작년 연말쯤이었던 것 같다.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김미경 강사님이 514 챌린지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걸 주말 없이 딱 14일만 지속해 보자는 데서 만들어진 이름이었다. 쉽게 말해, 미라클 모닝을 하자는 거였다. 안 그래도 11월부터 친한 동생이 모임장으로 있는 독서모임에서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해서 거기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두 달 정도가 지나가니 슬슬 지겨움을 느끼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른 곳에 가입해서 중복으로 미라클 모닝을 하면 뭔가 더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저기도 가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근데, 진짜 마음만 먹었나 보다. 해야지 해야지 노래만 부르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다 보니 정작 신청 기한을 놓쳐버린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1월 챌린지 참가도 못하게 된 셈이었다.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들려왔다. 

난 진짜 바뀌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현타라는 녀석이 내 머릿속을 똑똑 두드렸다. 나는 신청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 정말 너무 속상해있었고, 들어오란 말도 안 했다. 근데 이 녀석이 눈치도 없이 머릿속 한구석에 쓰윽 자리를 잡더니 대뜸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언제까지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좋은 기회 다 날려버릴래? 속상하면 지금부터 너 혼자서라도 해! 너 지금 하고 있는 미라클 모닝도 제대로 안 하고 있으면서 신청만 하면 뭐 달라질 것 같아?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거라도 열심히 해! 최소한 후회는 덜할 거 아니야? 백날천날 후회만 하다 죽을래?'


네 가지는 없지만 틀린 말은 안 하는 너란 놈. 기분은 나쁘지만, 이 녀석이 하는 말에 반박할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단 지금 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하던 미라클 모닝에라도 열심히 참여해 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또 안 하나 싶어 작년 6월쯤 가입해 둔 MKYU 홈페이지와 MKYU 유튜브 채널을 기웃거렸다. 첫날 동시 접속자 수가 12000명이 넘었네, 이 사람들이 금방 빠질 줄 알았더니 자기들끼리 스터디 모임을 꾸려서 꾸준히 하네 라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기 속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 죽을 것 같았다.


그러다가 1월 중반쯤, 미모챌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운영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좋은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치는 멍청이는 되고 싶지 않았다. 바로 신청을 했고, 이번에는 홈페이지에 인증을 하면 된다고 했다. 미모 챌 첫날은 정말이지 코미디였다. 설렌다고 전날 잠을 설쳤다가 기상을 완전히 날려먹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도 며칠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겨우 적응이 됐을 때쯤, 미모챌은 끝이 났다. 아쉬워하고 있는데, 2월 514 챌린지를 또 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보자마자 바로 신청을 했고, 1월 말쯤 카톡방에 초대를 받았다. 무슨 서약서 같은 것도 작성해야 한다고 해서 그것도 작성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나는 17번 방에 배정을 받았는데, 근 천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닝~짹짹~"을 외치며 5시도 안 되어 자기가 일어났다는 걸 알렸다. 


'아니, 이 새벽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그리고 지금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거 뭐지?'

알고 보니 그 사람들은 미라클 모닝 방학기간이라며 방학기간에도 지속적으로 미라클 모닝을 꾸준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방학기간에 늦잠자기 바쁠 텐데, 이 사람들은 뭐지 싶었다. 그러면서도 나도 이 빡센(?)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방학 기간이고 뭐고 없이 시작했다. 


짧은 방학을 마치고 2월 514 챌린지가 다시 문을 열었다. 다섯 시부터 다섯 시 반까지 김미경 학장님이 이런저런 현안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해 주시고 나면 우리는 5시 반부터 자신이 서약서에 작성했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션 삼아했다. 그렇게 14일이라는 시간을 맞이했고, 이 시간을 정말 알차게 활용했던 나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새벽 기상의 묘미를 알아버린 나는 이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네시에서 네시 반 사이에 일어난다. 


이제부터는 조금씩 꾸준히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일단 브런치부터.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이 익숙해질 때쯤에는 조금 더 발을 넓혀서 블로그에도 매일 꾸준히 글을 남겨 보려고 한다. 그렇게 글을 남기다 보면, 나도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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