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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키 Oct 04. 2022

영화감상[012]<공조 2: 인터내셔날>(2022)

이토록 노골적인 타깃팅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영화는 제작 및 유통되는 과정에서 관람객 타깃을 상당히 좁게 책정한다고 한다. 타깃층의 성별과 나이대를 좁고 구체적으로 정할수록 해당 나이대의 위아래 세대로도 유효한 타깃팅이 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공조는 2030 여성을 타깃팅 한 영화임이 분명해 보인다. 영화가 개봉 전 타깃층을 구체적으로 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영화 장면 장면을 볼 때마다 감독이 혹은 제작사와 배급사가 누구를 타깃으로 잡아 작품을 제작했는지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공조2>는 눈을 사로잡는 액션신이 상당한 영화이지만 정작 시각적 긴장감을 높이는 '슬로모션 기법'은 유난히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클로즈업 장면에서 자주 사용된다. 두 배우의 비주얼 대결은 그저 눈요깃거리에 불과하지 않고 영화의 서사에까지 개입하는데- 잭(다니엘 헤니 배우)의 등장은 철령(현빈 배우)을 향한 일방향적인 마음을 내비쳤던 민영(윤아 배우)의 짝사랑 노선을 한순간에 바꾸기도 하며 다른 여자 가족들도 잭의 미모와 피지컬에 매료된다. 스크린이 두 남자 배우의 얼굴로 가득 찰 때 환상적으로 터지는 폭죽 사운드는 남자 주연 둘의 비주얼이 마치 영화의 '장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실제로 상영관에서 나의 옆좌석에 앉은 중년 여성 관객은 현빈 배우와 다니엘 헤니 배우의 투 샷이 나올 때마다 둘의 조합을 마치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보는 듯 두 손으로 그의 입을 가리곤 했다. 무의식적으로 올라간 두 손으로 가려진 관객의 마스크 아래에는 한껏 벌려져 있는 입이 있었으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타겟팅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추석 시즌을 노리고 개봉한 이 영화는 사실 어느 세대가 보아도 재밌을, 가족끼리 보기 좋은 대중오락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석에서 여러 연령층의 관객이 빵빵 웃고 환호하던 와중에도 나의 마음속 한구석이 계속해서 찜찜했던 이유는- 첫 번째, 구조하는 인물과 구조당하는 인물이 성별 이분법적으로 나뉜 구성이 너무나도 눈에 띄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 그런 인물 구성의 의도가 너무나도 투명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대체로 여성 인물들은  '키 크고', '잘생기고', '멋진' 인물에 의해 위험한 상황에서 구조된다. 일대일로 대응되는 왕자와 공주의 관계성이 아니더라도 이는 명백하게 능동적인 역할과 수동적인 역할이 성별에 따라 구분된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이 언제나 도움을 받는 것만은 아닌데, 민영은 마약 유통의 우두머리를 쫓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들이 클럽에 잠입할 상황이 생기자 '클럽 죽순이'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클럽 입장을 돕고 경찰들이 원활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클럽 내부 사람들의 이목을 본인에게 집중시키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민영의 도움마저 주체적인 행위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민영보다 민영을 바라보는 철령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평소 민영이 아무리 직접적인 애정표현을 해도 철령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수사를 돕는-돕는 순간마저 화려한 옷을 입고 '예쁜' 스타일링을 한-민영을 보고 반하게 된다.

영화에서 여성 인물들은 언제나 남성 인물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남성들을 걱정한다. 남성 인물들은 수사를 하며 간간이 여성들을 돕고, 더 간간이 여성 인물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결국 이 영화에서 여성은 단 한 번도 객체가 아닌 적이 없다.

거액이 오고 가는 마약 유통을 일삼는 조선족 인물을 잡는 직업군에서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단순히 경찰과 형사 직업군을 두고 보았을 때도 남성이 압도적이니 말이다. 하지만 <공조2>에서 민영의 직업이 경찰이 아니더라도 그는 기지가 없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즉흥적으로 시작한 미행도 큰 어려움 없이 수행하고 경찰들의 잠입 수사를 돕기도 하며 범죄 조직의 부하 직원들에게 가족들이 인질로 잡혔을 때도 용감하게 몸을 날려 구조의 결정적인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민영의 면모는 절대 강조되지도 조명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 용감하고 순발력 있는 행위들은, 민영의 캐릭터를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엔딩 장면 속의 민영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민영의 캐릭터성은 단 하나의 엔딩 장면으로 납작하게 압축되는데, 민영은 '아주 잘생긴' 잭의 플러팅을 받지만 그런 잭에게 '잘생긴' 철령이 민영한테 껄떡대지 말라며 경고를 한다. 민영은 그런 철령의 모습에 또다시 반하게 되어 그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영화 초반의 민영으로 회귀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수동적인 여성상을 그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여성'을 타깃층으로 삼은 영화에서 여성의 능동적인 행동을 사소화하고 마땅히 있어야 할 여성의 특징을 몰개성화함으로써 유도하는 웃음은 구시대적이다는 뜻이다. 민영의 캐릭터성을 이만큼씩이나 요약하지 않고, 민영을 배제하지 않고서도 빵빵 터뜨릴 수 있는 웃음이야말로 모두에게 유효한 웃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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