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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yoon L Dec 18. 2023

Rio Paraguay

파라과이강

경수 오빠는 나보다 너댓살은 많았다. 경수 오빠밑으로 형주라는 남자 동생이 있었다.  경수오빠 는 얼굴이 하얗고 선이고운 잘생긴 전형적인 꽃미남의 얼굴이였다. 거기에 성격까지 다정해 사촌동생과 나는 경수오빠를 보면 괜히 그렇게 수줍어 했다.

형주오빠는 경수오빠 와는 정 반대 였다.  얼굴도 까맣고 잘생긴 얼굴이긴 했지만 경수오빠가  다가가기 힘든 스타일이라면 형주오빠는 오빠는 보급형 미남이였다.  형주오빠는 한국말을 거의 할줄 몰랐다.  대신, 스패인어와 그나라 인디안 언어인 ‘과라니’ 어 까지 했다. 그러고 말이 되게 많았다.


우리가 이민 초기 안정이 되기전 살았던 아파트는 시내까지 걸어서 갈수 있는 번화가에 지어진 새 아파트 였다.  처음 파라과이서 살게된 집엔, 화장실에 변기 말고 또하나의 변기 스러운것이 있었다.  세숫대하 같이 둥글게 모서리가 처리된 사각의 그것은 변기 옆에 있었고, 물을 틀면 그것의 바닥에서 분수처럼 나왔다.  이게 도대체 뭘까 하는데, 아빠는 양치질하고 물로 행구는 걸꺼같다고 했다.  그당시 “불란서 다녀온 녀자” 엄마는 그것도 모르냐며 비대라고 설명해줬다.  우리 불란서선  흔한거라며…ㅋㅋㅋ(아니 엄마, 두달 갔다 왔잖아)

아파트에 왼쪽으로 걸어서 십여분 가면 젤 번화한 거리 palma라는데가 나왔고 꺽지않고 같은길을 내려가면 파라과이의 젖줄이라고 할수 있는 Rio Paraguay가 나왔다.

Rio 란 강이란 말인데, 파라과이강 이란 이름이였다.  강은 풀이 우거지고 깊진 않다고 했다.  어종으론 젤 흔한게 식인어류인 피라냐가 있고, dorado 라는 민물고기가 있다고 했다.  경수오빠와 형주오빠는 낚시를 자주 가서 물고길 잘 낚아 온다고 했다. “피라냐가 물면어떡해?!” 라자, 수영할때 빨리 움직이면 물진 않는다며…


난 우선 낚시도 관심 없었지만 피라냐며 풀숲에 들어가는게 안내켜 낚시 얘길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지만, 내 동생은 “나도갈래!!” 라며 형들을 졸랐다.

하루는 늦은 오후 형주오빠가 맨발로 집에 찾아와 “바로지금” 낚시하기가 딱 좋을거라며 동생을 데리고 갔다.  걱정 어린 엄마에겐 “현석이 잘 볼게요!” 라고 굉장히 어설픈 한국말로.  내동생은 그때 나이 7-8살쯤, 유난히 겁이 많았던 아이다.  지금이야 두아이 아빠로 한가정의 가장으로 아저씨 되있지만 그때 그아인 누나의 보살핌이 필요했던 아이였다. ㅋㅋㅋㅋ저걸 혼자 보내도 되나….싶었지만 경수오빠와 형주오빠 둘다 간다고 하니 그냥 모른척을 했다.

Continued)

한두시간 지났을까, 해가길던날은 어느세 어둑해졌다.  그러고 갑자기 동생이 혼자 돌아왔다. 얼굴이 하얀채로,

“엄마, 사람이…사람이…” 라며 동생은 할머니가 계시던  방으로 들어가고 문을 잠궜다.  얼이 빠져 있던 동생의 얼굴이 내가봐도 심상치 안음을 알수있었다. “너 왜그래 ? 응?!” 묻자, “사람이 있어. 사람이”

애가 눈도 뭔가 이상하고, 표정도 그랬다.  그러곤 침대밑에 누가 있다고 한참을 그랬다.

얼마 안있어 경수오빠와 형주오빠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얘 왜이러니? 무슨일 있었어?” 놀란 엄마가 물었다.

“아, 그게….현석이가 낚시로 나무토막을 잡았는데 그걸 사람이라고 착각한거있죠!?” 라며 경수오빠가 얘길 했다. 원래 차분했던 오빠와는 다르게 굉장히 과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동생은 여전히 방에서 할머니와 달라붙어 있고 “아니야 아니야” 라고 중얼거린다.

경수오빠는 안보이는데서 한참을 엄마와 얘길하더니 갔고, 엄마는 또 동생과 한참을 방에서 같이 있었다.


“무슨일이야?” 라고 엄마한테 묻자, “나무 토막을 낚았는데, 뭐가 긴 줄기가 있었나봐. 그게 꼭 사람같았데”

엄마는 동생한테 가서 한참을 넌 ‘나무토막’을 봤을 뿐이라고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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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동생은 워낙에 겁이 많은 아이였어서, 남자가 그러면 쓰겠냐며 아빠는 담력훈련을 시켰을 정도였다.  그런 아이기에, 내 동생이라면 별거 아닌거로 놀랬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참동안 하루에도 몇번씩 동생은 침대밑에 누가 있나좀 확인해 달라고 하고  난 “아 없다고!” 라며 하루에도 몇번씩 소릴 질렀다.  그러고 동생도 어느순간 부턴 ‘나무토막’ 였을 뿐이라고 저도 인정을 하고 또 어느 순간부턴 침대밑에좀 봐 달라고 하는 소리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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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인가 지나 내가 고딩이 됐을쯤 엄마가 말을 했다.

“그거 사람 맞았데.” 그날 동생이 얼이 빠져 돌아온날 낚았던건 사람얼굴이 맞았다고 한다. 10대 후반인지 20대 초반인지 였던 경수오빠도 보고

놀라 기절을 할판였는데, 너무어린 내 동생이 보고 몸이 굳고 얼굴이 하얘지기에 (그걸)얼른 던져버리고 왔다고 한다.

당시 파라과이는 무법천지, 리오 파라과이는 우거지고 사람은 별로 없던지라 가끔 한번씩 그렇게 살인이 나고 그때당시니 피해자도 가해자도 못가린 엽기적인  사건 투성이였다고 한다.


그걸 경찰에 신고를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그 후 얼마 안있어 경수오빠와 형주오빠 형제도 행방이 묘연해서 그 이후론 그들도 볼수 없었다.  언젠가 몇년이 더 흐른후 어딘가서 형주오빠는 어린나이에 결혼을하고 아이가 있다고 들었고 꽃미남였던 경수오빤 아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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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이야기는 우리집에선 한참동안 쉬쉬 하는 비밀이야기처럼 어른들만(그러고 어른같은 나만) 아는 얘기 였고, 동생에겐 일언반구도 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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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더 시간이 흐른후 동생은 더이상 담력훈련같은건 필요치 않았던 시건방진 고삐리가 되었다.  언젠가 한번은 지 친구들끼리 얘길 하는데, 그때 그 낚시 얘길하는걸 들었다. “아 그게 사람인거야!!” 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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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우린 여태 이 아이가 ‘나무토막’ 으로 인정 한줄 알았는데….우리는 무엇을 위해 수년동안 그리도 비밀을 지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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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알았어?”

“응”

“근데 왜…”

“그땐….엄마가 말한거처럼 나무토막이라고 믿지 않으면 더 무서워서 그렇게 믿었지.  근데 나….눈도 마주쳤어. 나무토막 아닌건 확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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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에겐 트라우마 같은것도 남아있지 않을만큼 오랜시간이 지났다.  그러고 난 내인생이여서 하나도 신기하지 않은 파라과이 이야기가 남들에겐 엄청나게 특이한 이력으로 어필될때 마다 “아 그렇니까 말이죠…그때가…” 라며 시작하는 신비한 이야기중 하나로 되어버렸다.  나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는데…

경수오빤 장가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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