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우리 식구는 1월에 멕시코 칸쿤으로 여행을 갔다. 누구나 다 갔다는 그 칸쿤을 이상하게 우리 가족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기에 오랜만에 여권도 나왔겠다, 남들 다 갔다는 칸쿤을 가보자 해서 가게 된 여행이었다. 일주일 내 리조트 안에서 매 시간마다 나오는 음식 먹고, 암만 풀장이 많아도 며칠 지나니 그게 그건 거 같아 리조트 밖으로 엑스트라 액티비티를 하러 나갔다.
다음날 아침에 리조트 앞에서 밴으로 누군가 픽업을 할 거라고 했다.
아침이 되자 정확하게 10승 밴이 리조트 앞에 나타났다. 운전사는 알렉산더였다.
첫 번째 장소는 Tulum이라는 마야운명의 흔적이 조금 남아있는 포트였다. 포트는 캐리비안 바다와 맞닿은 높은 언덕배기에 있어서 막상 마야운명의 흔적보다는 그 풍경이 더 눈에 들어왔다. 마치 캐리비안해적의 배가 당장 나타나도 하나도 이상할 거 없을 풍경이었다. 그 길고 긴 툴룸 투어를 마치고 동굴체험이라는 cenote를 가기로 했다.
듣기로는 동굴에서 수영을 하는 체험이라고 했는데, 우린 하이웨이에서 나오자 정글 같은 숲길을 아주 한참을 가게 된다.
마치 영화 수리남에서난 본듯한 그런 길이였다. 아주 좁아 차 한 대 지나갈 비포장 도로인데, 알렉산더는 최소 50km/hr는 달려서 승차감 별로인 밴의 자리에서 꿀렁거리면서 갔지만 운전에 몰두한 그를 향해 그 어떤 컴플레인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길을 20분 남짓 가자 남편이 말한다.
“우리 어디 인질로 가는 거 아니겠지”
“자기도 그렇게 느꼈어?”
“응. 우리 혹시 인질로 가는 거라면 우리 애만이라도 풀어줘야 할 텐데”
“내가 인질 할 테니까 자긴 우선 애랑 나가. “
“괜찮켓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러고 그는 나의 결혼반지를 쳐다봤다.
“그래, 내가 잡히면 이 반지 주고 나 빠져나오면 돼. 자긴 애랑 먼저 나가”
“그래, 잘하고 와. 내가 나오면 반지 더 큰 거로 사줄게. 알았지?”
“잊지 마. 이거보다 커야 된다.”
우리도 농담이었지만, 그 분위기와 그 차의 타있는 사람들이 분위기로 보아, 백 프로 농담이라고도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농담이라고 할 수도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길을 30분을 가니, 어떠한 건물이 나오고 우린 그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밖에서부터 알렉산더가 입고 있던 유니폼과 같은 무늬의 배너가 떠있지만, 오히려 거기가 더 의심스러웠다.
10인용 밴이 서너 대가 같이 파킹을 하니, 거기에 있던 십여 명의 (같은 유니폼) 십 대들 같은 스탭이 일제히 움직이다.
그러고 누구는 빵을 가져오고, 누구는 음료를 갔다 주고 하는데, 투어에 포함이라던 런치가 나왔다. 그 십 대 스태프들이 만들었을법한 비주얼로.
난 약간 비위가 상해 먹질 못했고, 음료나 마셔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파리가 주전자에 앉은걸 보니 그거 또한 마실수가 없어서, 먹고 마시려던 아이도 그만 먹자라고 말리려고 하는 중에, 남편은 맛있다며 손까지 빨아먹으며 먹고 있더라. “자기 왜 안 먹어?” 라며.
어쩜 그렇게 비위가 좋을까…
그렇게 얼렁뚱땅 런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cenote로 출발을 했다. Cenote 란곳은 동굴 안에 미지근하고, 에메랄드빛 깨끗한 물이 차 잇는 연못으로 수영을 하며 동굴을 살필 수 있는 곳이었다. 거기엔 몇 천년 묶은 라임스톤 소금기둥 같은 게 수도 없이 있어서 어쩔 땐 고개를 낮추고 걸어야만 했다. 물로 차있긴 하지만 동굴이라 어둡고, 박쥐도 있고, 어느 곳은 컴컴한데 발도 닿지 않아 조금 무섭기까지 했다. 수영을 곧잘 하는 아들은 무섭다며 아빠 등에 찰싹 달라붙어 다녔다. 남편은 한 손으론 핸드폰을 들고 한 손으론 아이를 잡고 그 안에서도 느껴지던 가장의 무게였다.
께름칙한 런치만 아니었음 신비로웠고 즐거웠던 투어가 끝나며 우리 열명을 태운 알렉산더의 밴에서 우린 꾸벅꾸벅 졸면서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