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읽기] 그렇게 사랑을 주는데도
영어 원서는 1000페이지에 달하는 한 권으로 되어 있지만, 한글 번역본은 2권으로 나뉘어 있다. 첫번째 책을 읽으면서는 주인공 주드의 삶이 안타까우면서도 현실감이 떨어져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10살 남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성 아동 성매매를 하는 세상이 정말 존재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사가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 말이다. 물론 내가 모르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넓겠지만.
2권을 읽으면서 많은 독자들이 왜 손에서 이 책을 놓을 수 없는지를 실감했다. 주드가 동성 연인 윌럼과의 관계에서도, 언젠간 자신의 과거 때문에 버림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은 애처롭다. 비단 동성 연인 윌럼 뿐만이 아니다. 주드의 주변에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들은 주드의 과거가 아니라 주드 자체를 사랑했고, 그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었지만, 주드는 견디지 못했다. 주드의 양아버지 헤럴드 역시 조건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지만, 윌럼의 사망 이후, 주드는 결국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게 된다. 2권은 주드의 감정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상담가나 목회자의 입장에서 주드를 생각해 보았다. 주드는 자신의 과거가 자신이 버림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타인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도, 자신의 과거가 노출되면 언제든지 허물어질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상담가나 목회자는 그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위로를 줄까. 그의 과거가 아니라 그의 존재로 사랑받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할까 싶다.
그러면서 종교적으로 주드는 결국 우리 각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죄사함을 받은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나님께 더 사랑을 받게 되고, 구원도 확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또한 우리의 과거가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우리의 삶을 조정하도록 내놓고 있지는 않을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받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옛자아를 놓지 않는 것은 않을까.
2015년 맨부커 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를만큼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큼 이 소설은 여러 의미에서 재미가 있다. 그리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준다. 한번 더 읽지는 않겠지만, 소설속 이야기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싶다. 한야 야나기하라의 <리틀 라이프 2>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