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다 - Turda
한번 가봐. 뭐가 있는지는 가서 확인하고.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Cluj-Napoca)에서 묶었던 호스텔의 한 직원이 가보라고 했다는 이유로 도착한, 조그마한 도시 투르다(Truda). 직원이 찍어준 주소를 따라, 8월의 땡볕 아래에 걸어 올라간 도시의 끝에는,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알려준 사람은 동굴(Cave)이라고만 표현하였고, 관련 내용을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터라, 말 그대로 동굴 입구가 나오자 당혹스러웠다. 그 당시에는 살리나 투르다(Salina Turda)라고 적힌 간판과 허름한 매표소가 다였고(현재는 리노베이션 된 건지, 그 당시에도 다른 입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굴 안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여름 한낮의 더위에 땀에 절어있어서, 안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다. 한국에서 가봤던, 환선굴로 대표되는 석회암 동굴의 넓은 진입로와는 다르게, 복도 같은 느낌의 좁고 긴 길이 계속되었다.
매끈하게 깎여져 나간, 흰색의 결정과 검회색이 돌이 마블링처럼 반복되는 벽면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천연 동굴이 아니라, 소금광산이었던 곳이구나(Cave라기보다는 Mine). 살리나(Salina)의 살(Sal)은 스페인어의 소금(Sal)을 가리키는 것이었구나(Salina라는 뜻 자체가 스페인어로 소금 광산을 뜻 함).
자연이 만든 패턴을 인간의 손길로 드러낸 길을 따라 깊숙이 내려가다 보니, 순간적으로 공기가 바뀌는 곳에 도착하였다. 통로로 느껴지는 굴의 끝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소리와 형형 색색의 빛. 그리고 나타나는 대형 공간. 놀라웠던 건,
시야 아래로 거대한 관람차가 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상하던 스케일을 넘어가는 물체를 순간적으로 접하게 되면, 거기서부터 놀라움과 경이를 느낀다. 광산 속에 이런 공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눈으로 보이는 장면이 변화하는 지점에서, 굴 속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놀이기구들이 배치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하였기에 맞닥뜨린 경이로움.
미리 찾아보고 왔었더라면 결코 느끼지 못했을 감정과 함께, 판타지 속의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살리나 투르다는 20세기 초중반까지 광산으로서의 기능을 했던 폐광을 활용한 지하 120m에 있는 테마파크이다. 관람차, 호수 위 미니보트와 같은 땅 속 깊은 곳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놀이기구가 배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공연장, 스포츠 시설들이 즐비하다.
단순히 시설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진다. 레벨이 다른 공간이 중첩될 때, 풍부한 장면을 가진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당연한 진리를 보여주기도 하고, 쓰임이 다한 공간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향성의 다양함을, 상상 이상의 것을 보여줌으로써 방문한 사람들에게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가장 깊숙한 곳까지 찾아가는 진입로조차도,
공간의 전이란 이렇게 극적일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여겨진다.
찾아가는 길 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들도, 광산 안쪽에서는 가족 단위로 만나볼 수 있었다. 연중 15~18도로 자연적으로 유지되는 지하라는 공간 특성 때문에, 더위를 피해, 그리고 추위를 피해 많이들 방문한다고 한다. 특유의 습도와 공기 때문에, 기관지와 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홍보수단)도 알려져 있어,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기분 좋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 장면을 잊긴 어려울 거야.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 가운데에서, 동양인 여행자가 혼자 넋을 놓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 보니, 루마니아의 어린아이가 다가와 왜 이러고 있는지 물었다(영어를 못하기에,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네가 이 공간이 신기한 만큼, 나도 이 공간이 신기하단다'라고 말하며 위의 문장을 덧붙였다. 8년 전 어린아이에게 던져진 그 문장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