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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팝 Oct 16. 2020

영국식 케이크를 좋아하게 되었다

남이 만들어주는 생일 케이크

자두 케잌



영국식 케이크는 한국의 보들보들한 케이크보다 무겁고 묵직한 편이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홍차랑 같이 먹어서? 아무튼 한국에서 "파운드 케이크"라고 파는 그것과 흡사한데, 워낙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좋아하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런 영국식 케이크를 좋아하게 만든 데에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만드는 생일 케이크의 공이 컸다.


영국식 생일 케이크는 보통 밀가루/계란/버터/설탕이 같은 비율로 들어간 스폰지를 반으로 가르거나 얇게 두 개를 만들어 그 사이에 버터 크림을 넣어 만든다. 위에 두꺼운 아이싱 크림이 올라갈 때도 있다. 빵도 퍽퍽 크림도 퍽퍽, 질기고 미친듯이 단 아이싱 크림, 처음에는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생일날 가족들이 케잌을 만들어주면 맛있게 먹으면서도 내심 입에서 살살 녹는 생크림 케이크를 그리워하곤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퍽퍽한 영국식 케이크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이 케잌은 특히 당근 케잌처럼 재료가 가뜩 들어가있을 때에 그 진가를 더 발휘하게 된다. 계절에 맞는 과일을 써서 만들 때도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건과일이 잔뜩 들어간 크리스마스 푸딩이라는 케잌이 되기도 한다. 물론 빵집에 가서 한국식 케잌과 영국식 케잌이 있다면 나는 별 고민없이 한국식을 택할 때지만, 생일 케잌만큼은 무겁고 묵직한 영국식이 좋다. 뭔가 만든 사람의 마음이 넘치도록 들어가서 무거워진 느낌? 진심이 가득 담겨 퍽퍽해진 그런 느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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