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규칙
영국 정부가 "Rule of 6"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방역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그 동안 일괄적이지 않고 모호한 태도로 진보 보수할 것 없이 욕을 먹을대로 먹은 지라, 이번에는 최대한 심플하고 간단 명료하게 하겠다고 숫자 "6"을 내세운 것 같다. 이제는 실내에서도 야외에서도 6명 이상이 모이면 벌금을 내야한다. 으아니 내 살다 살다 가족/친구들을 만났다는 이유로 벌금을 물게 될 날이 올 줄이야. 형제 자매가 많은 내 친구는 자기 집 안에 사는 가족만 7명이라며, "우리 가족은 불법이야." 라고 농담한다.
왜 6이었을까. 왜 3도 9도 아닌 6이었을까. 모르겠지만, 문제는 대체 어떻게 이것을 국가 단위로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가장 쉬운 방법은 이웃이 이웃을 감시하게 하는 것이다. 옆집에서 여럿이서 파티하는 소리가 들리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솔직히 나는 이제 코로나보다 이 이상한 감시 사회가 오는 것이 더 무섭다. 과거에는 정부가 국민을 감시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사람들을 감시한다. 모든 사람들이 기록 장치를 들고 다니는 지금, 흔한 금요일 밤의 거리도 사건 현장이 되어버렸다.
한국이든 영국이든 사람들은 현재 방역을 최우선으로 수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국가와 통신사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식당에 앉아 밥을 먹는 대신 플라스틱 박스에 포장을 받아 밥을 사 먹고, 홀로 사는 외로운 사람들은 방 안에서 고독사한다. 언젠가 백신이 개발되어 바이러스에 대한 한 시름을 놓았을 때, 우리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서로를 감시하며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외롭게 살아가고있는 서로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거리두기에서 소외된 동물들은 병에 걸리고 인간은 그 동물을 먹고, 또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이다. 그런 이상한 시간 속에서 인생이라는 것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