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팝 Oct 16. 2020

포스트 코로나 방송이 시작되었다

참가자 전원 격리 촬영한 The Great British Bake Off


먹는 것 빼고는 대부분의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 영국에서는 방송국도 예외가 아니다. 멀찍이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패널들을 스튜디오로 부르지 못해 지지직 거리는 화상 연결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이런 마당에 새로운 영화나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TV를 틀면 옛날 것들을 질겅 질겅 되새김질 하듯이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봉쇄 시기에는 프렌즈를 몇 번이나 돌려봤는 지 모른다.


수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은 매우 유연한 사고의 발상이 필요한 때이다. 포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기존의 것들을 안전한 선에서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할 시기이다. 영국에서 좋아하는 몇 안 되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The Great British Bake Off는 그걸 해냈다. 제과제빵 경연 대회 프로그램으로 올해에 일어난 베이킹 유행을 그냥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참가자 전원, 심사위원, 프로듀서, 작가, 촬영자 모두 (120명)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2주 자가격리 후 코비드 테스트를 세 번씩 하고, 함께 합숙하며 프로그램을 촬영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아이들 심지어는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었고, 합숙 중에 영화나 축구도 같이 보고 친목을 쌓았다고.


그래서일까, 서로 친구가 된 사람들이 촬영을 하니 전보다 더 화기애애하고 서로 농담도 더 많이 던지고,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이 더 재밌어졌다! 무엇보다 손으로 밀가루를 주물럭거리고 맛보고, 서로 침 튀기며 농담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같이 맛보고, 코로나 이전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장면들을 보는 것이 새삼스럽게 편안하게 느껴지더라. 타인과 함께 무언가를 할 때 신경쓸 것들이 열가지는 더 많아진 지금, 내가 얼마나 피로한 세상에 살고있는 지 새삼 깨닫게 했다. 봉쇄 중 열심히 연습한 나의 케잌과 빵들을 친구들과 맘 편하게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과 싸우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