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bidden City
1일 차를 마치고 저녁에 내일 일정을 말하는데, 매형이 자꾸 Forbidden City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해서, 북경의 숨겨진 어트랙션 같은 게 있나 보다. 좋아 시간과 체력의 여건만 된다면 이것도 일정에 넣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Forbidden City가 자금성이었다.
왜 자금성이 Forbidden City냐면 성에 접근하기 너무 힘들고 극도로 제한적으로 허용해 줬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뭔가 와전된 이름이 아닐까 싶다. 구글에서도 따로 페이지를 만들어 설명해 줄 정도인걸 보니 말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이런 설명이 있더라.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천자의 거처가 우주의 중심인 자미원(紫微垣)에 있어 그곳을 기점으로 우주가 움직인다고 믿었기에 이를 상징하는 뜻에서 '자(紫)'를, 황제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공간이라는 뜻에서 '금(禁)'을 사용해 자금성이라 명명했다. 이런 자세한 내력을 모른 명나라 시대 유럽 선교사들은 '금할 금(禁)'자와 '성 성(城)'자를 각각 '금지된'과 '성벽을 둘러친 도시'란 뜻으로 직역하면서 서양에는 '금지된 도시'라는 뜻으로 알려졌다.
- 출처 : 나무위키
자금성은 베이징의 정 중앙에 위치한 정말 거대하다는 말이 딱 알맞은 수식어일 만큼 커다란 성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궁궐로 유네스코 등재가 되어있다고 하니 이것보다 큰 성은 상상하기 힘들다. 처음에 축약된 지도만 보고 깔봤는데, 디테일한 지도를 보고 실제 가보니 까무러치게 컸다. 왜 조선사람들이 중국 가서 대국이라고 했는지 예전에 역사 배울 땐 전혀 납득이 안 갔는데 이제 이해가 된다. 그 옛날에 나였어도 여길 와봤다면 대국이라고 숙이고 들어갔을 것 같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 자금성은 천안문으로부터 이어진다. 위 지도에서 오문으로 지나온다. 여기서 티켓 검사도 하는 듯.
몇 개의 문을 지나치면 커다란 궁궐에 입장할 수 있게 된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을 시켜주듯 여기도 그런 문화가 있는 것 같았다. 중국식 예복을 입고 온 사람이 많았다. 그중 압도적으로 중국 현지인이 많았는데, 그중 여자가 대다수였다.
정문에서 새가 드론처럼 날아다니길래 찍어봤다.
애석하게도 내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거대한 크기가 있다. 아쉬운 대로 주변 사람들에 비례해서 크기를 가늠해 보자. 내가 만약 조선시대에 이 궁궐에 사절단이나 사신으로 왔다면 분위기에 압도당했을 것 같다.
이런 성을 몇 차례나 거친다. 어떤 위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아래와 같은 왕의 의자 같은 구조물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서 봤지만 많이 닳아 있지만 그래도 굉장했다. 궁궐의 크기만큼 거대하진 않았지만 한 사람이 앉기에 차고 넘칠 정도로 크니까.
그 뒤로는 거의 비슷한 풍경이다. 궁 자체가 엄청 크지만 그만큼의 다채로움이 있진 않고, 비슷한 구조물이 비슷한 크기로 위계에 맞게 건조된 모습이다.
거의 막장에 이르러서는 궁궐 내 정원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잘 조경된 나무와 공원으로 확 풍경이 바뀐다.
돌을 깎아 만든 벙커 같은 건축물도 있고, 뭔가 의미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멋들어지게 뻗은 나무도 있다. 왕이 휴식을 취했을 것 같은 사원도 있다.
끝은 그냥 거대한 출입구다. 왕이 사는 곳이랑 그리 멀지 않아서 내가 봤던 곳이 진짜 왕좌가 맞는지 궁금해지긴 했다.
자금성을 나오면 궁을 주변을 산책할 수 있는 넓은 길이 나온다. 다들 이 길을 따라 걷길래 우리도 딱히 일정이 없어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너무 예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안그래도 엄청나게 넓어 개방감이 느껴지는데 주변을 물로 감싸 해자 형태로 만든 이 물길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 거의 자금성과 맘먹을 정도로 대단히 좋은 경치였다. 해도 적당한 각도로 떠있어서 주변 흰색 빛깔 건물들을 더 밝게 보여줬던 것 같다.
원래 이 자금성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징산공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까지 가기엔 체력도 그렇고 시간도 애매해서 스킵했다. 혼자 왔으면 아마 들렀을 것 같다.
예전에 역사책을 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로 이상한 의사결정을 하는 조선 엘리트들을 볼 수 있다. 대국은 대국이다. 대국한테 소국이 조공을 바치고 저자세로 들어가는 건 당연한 거다. 뭐 이런 논리였는데, 뭐 저런 되지도 않는 논리로 국가의 대소사에 걸맞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걸까 싶었다.
근데 진짜 와보니, 중국은 참 커다란 나라고 그에 걸맞은 궁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이 궁에 와보면 어떤 나라 도시만큼 큰 이 궁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