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aTina Jan 20. 2023

달콤한 것만 추구하기에는 세상에는 다양한 맛이 존재해

<아멜리에> 장 피에르 주네 감독

화려한 색감과 장난기 가득한 아멜리, 그녀를 둘러싼 아기자기한 배경까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영상미가 가득한 이러한 요소들은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아멜리와 꼭 닮아 있다. 하지만 영화의 화려함 속에는 아멜리의 내면의 두려움이 숨어 있다.




아멜리는 어린 시절 바깥으로 나간 적이 드물었다. 심장이 자주 두근거리는 습관을 병으로 오인받아 학교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집불통 엄마와 얼음같이 차가운 아빠 사이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다소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아멜리는 사람들과의 진정한 소통 대신, 자신의 상상 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간다. 그녀는 자신의 상상력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이상적인 면모를 꿈꾼다. 이와 함께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아멜리는 남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 무척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아멜리는 화장실 구석에서 40년 전의 상자를 발견하고, 이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상자 안에는 주인의 어린 시절 물건과 사진들이 담겨 있었고, 주인은 자신의 환경에서 즐거운 유년 시절을 회상한다. 그녀는 상자의 주인을 통해 자신 또한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성인이 된 아멜리가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다소 차가워 보인다. 그녀가 일하는 풍차 카페와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항상 바쁘거나 따분해 보이기 일쑤다.




급격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둘러싸인 아멜리는 눈에 띄는 인물을 발견한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진 자판기 아래에서, 찢어진 사진들을 모아 스크랩북을 만드는 청년 니노였다.


아멜리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다. 자신이 찾은 추억의 상자처럼, 니노는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순간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사진들을 조합하는 행위는 현재를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니노의 태도는 세상에 대해 무관심하고 익숙해진 다른 사람들과 대비된다. 


한편, 아멜리는 어렸을 적부터 사랑에 관심이 많았다. 육체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풍차 카페의 주변인들을 연인으로 이어 주는 과정에서 자신 또한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리 잡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니노’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은 아멜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멜리는 오랜 기간 니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사랑을 표현한다. 니노 역시 그녀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흥미를 지닌다.


한편으로, 아멜리는 불안했다. 자신이 겪는 두근거림이 어린 시절의 습관인지, 진정한 사랑인지 구분되지 않아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자신이 꿈꿨던 달콤한 사랑과는 다른, '질투'와 같은 이면을 주변에서 발견하며 아멜리는 자신의 몸을 더욱 움츠린다. 숨바꼭질과도 같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녀는 은연중에 세상과 자신의 감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다. 


그 와중에 니노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오해와 함께 아멜리는 절망한다. 실연의 아픔을 겪은 아멜리는 자두 케이크를 만들면서 자신이 원하던 사랑을 상상한다. 이와 대비되는 현실에 절망하던 아멜리에게 결정적인 조언을 주었던 인물은 이웃집 할아버지이다. 




‘넌 삶의 어떠한 역경도 헤쳐 나갈 수 있어.
지금 이 기회를 놓쳐 버리면 결국 네 심장은 내 슬픈 몰골처럼 앙상하게 말라 산산조각 나고 말 거야,
그러니까 얼른 가서 그를 붙잡아!’

<아멜리에, 2001> 


그녀는 비로소 사랑에 정면으로 맞선다. 항상 상상과는 다른 현실을 두려워하던 아멜리는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니노에게 온전히 표현한다. 일생에 한 번도 내지 못했던 용기의 결과는 달콤하다. 용기 있는 아멜리는 니노의 사랑을 쟁취한다. 


아멜리와 무척이나 닮아 있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대비되어, 영화 속 현실은 무척이나 냉소적이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추억, 사랑과 같은 요소는 현실을 살아가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낭만과도 같은 이러한 감정들이 때때로 현실을 마주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에는 이면이 있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한 이면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환상과 낭만에만 머무르지 않고 용기를 가지면 어떨까 싶다. 더 이상 웅크리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아멜리처럼. 


쓰디쓴 현실을 맛본다면 눈앞의 자두 케이크는 더욱 달콤하게 느껴진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32588


매거진의 이전글 영웅은 특별해서 영웅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