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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Tina Mar 17. 2023

유성 영화의 시작점

<재즈 싱어> 마이클 커티즈 감독


유성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영화는 <재즈 싱어(1927)>이다. 화면의 미적인 요소를 중시하고, 소리는 상상에 맡겼던 시절에서 나아가, 유성 영화는 대사 등의 음성을 입혀 '영화'가 가진 사실성을 극대화하였다. 이는 유성 영화 이전부터 있었던 ‘컷’의 개념, 그리고 한참 뒤에 이어진 ‘컬러’의 도래와 함께, 단순히 특정 요소의 첨가가 아닌 오늘날의 영화 형태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전에도 영화에서 소리를 접목하는 시도는 줄곧 있었다. 하지만 이는 영화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배경음악에 불과했고, 음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이미지와 사운드의 동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소리 대신 필요한 대사와 효과음은 자막으로 삽입하고, 스크린 속 배우는 풍부한 액션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로 이를 유지해 왔다. <재즈 싱어>는 이러한 무성 영화의 흐름을 깨고 음향의 시초인 동시녹음의 시스템을 접목했다. 1920년대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이러한 장르적 시도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영화가 음향을 필수 요소로 두었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하나의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동시녹음의 시대가 마냥 순탄하기만 했을까. 1920년대의 관객들에게 소리는 놀라움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존재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소리의 부재를 표현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했으며, 오히려 기존의 무성 영화의 특징을 이용한 여러 시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토키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낮춘다”라고 말한다. 영화가 회화, 연극과 같은 '제한 요소'가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관객들은, 그간 상상의 여지로 두었던 소리가 사실적으로 드러나니 예술의 본질이 사라졌다고 느꼈다. 유성 영화를 통해 목소리를 얻은 배우들이 추구할 노력들은 더욱 많아졌지만, 소리의 부재를 보완해 왔던 과장된 액션은 사라졌다. 토키 이전에도 무성 영화는 지속적으로 성행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시각적 이미지로 이야기를 표현했던 기존의 영화는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났다. 당시의 신기술은 환대받지 못한 낯선 요소였다.




하지만 분명히 <재즈 싱어>를 기점으로 장르적 변화는 일어났다. '소리'의 첨가는 파산 위기의 워너 브라더스를 전성기로 일으키고 새로운 영화 시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워너 브라더스의 시도는 <재즈 싱어>의 줄거리와도 연관성이 깊다.


대대로 선창가가 나오는 가문 출신의 재키는 유대인으로, 노래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재즈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재키는 선창자가 되어 콜 니드레를 부르지 않고, 잭 로빈으로 이름을 바꿔 재즈 가수로 활동했다. 부모와의 갈등을 빚은 재키는 아버지의 임종을 기점으로 선창자 가문을 이어갈지, 브로드웨이의 재즈 가수로 활동할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전통도 좋지만 시대가 바뀌었어요. 전 제 방식대로 살 거예요.

<재즈 싱어(1927)> 재키의 대사


재키는 기존의 유대인의 관습에서 크게 벗어나 흑인 분장을 하고, 가문에서 금기시했던 재즈 음악을 부른다. 이는 ‘유성 영화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메시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또한 전통적 가치관을 지닌 아버지의 반대를 극복하고 재즈 가수로서 성공한 재키의 모습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유성 영화의 실패'라는 편견이 깨진 현재의 상황과 동일시된다.


재키는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이를 통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재즈 싱어>에는 영화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으며, 우리는 이 영화의 기술적인 시도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로움'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영화의 쇠퇴를 예언했던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는 달리, 소리를 덧붙인 영화는 더욱 성행했고, 이제는 소리 없는 영화가 잠재적인 지루함을 내포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이 외에도 현재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컬러 영화와 CG 기술 등은 자연스레 우리의 삶에 스며들었다.


최초는 최초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관객들은 아름다운 재키의 노래를 등장인물의 설정 그대로 마주할 수 있었고, 싱크에 맞춰 흘러나오는 성가와 재즈 음악은 현장감을 더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줄거리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었다. 이는 줄곧 말한 유성 영화의 의의와 연관된다.




영화는 점점 현실과 구분 지을 수 없는 사실적인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변화를 맞이할 기회는 앞으로도 꾸준히 생겨난다. 재즈 싱어가 1920년의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것처럼, 영화 장르가 유지되고 있는 지금도 영화의 형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가령, 이전에 이슈가 되었던 '메타버스' 또한 충분히 가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한동안 메타버스를 접목한 많은 시도들이 점차 우리의 삶과 밀접해지면서도,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만약 영화가 더욱 사실주의에 접근하고, 앞으로도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발전이 지속된다면, 다음 영화의 형태는 이러한 가상현실의 특징이 접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평면적인 스크린을 대신하여, 우리가 직접 스크린 안에서 등장인물을 마주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


영화를 관람하는 데 특별한 지장이 없는 우리에게, 현재로서는 '굳이?' 싶기도 한 시도들이 앞으로는 당연시될 수 있다. 토키 영화의 성행처럼,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더욱 즐거움을 주기 위한 기술적인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다.






https://pedia.watcha.com/ko-KR/contents/m5XR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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