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타민넷 Feb 07. 2021

부부가 된다는 것 vs 부모가 된다는 것

벌써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14년째다.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워낙에 집에 잘 없는 남편이다 보니 주말 부부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ㅋ
남편은 밤에 깨어서 티브이를 보고 뭔가를 하는 밤도깨비형이라 주로 아침에는 늦게까지 자는 스타일이고, 나는 새벽형 인간(이라고 하기엔 요즘은 너무 늦게 일어나고 있지만)이어서 늦잠을 자도 7-8시에는 일어나 뭔가를 하고 있는 스타일.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게 엉망이 되긴 했지만. ㅋㅋ)
옷 스타일도 달랐고 좋아하는 음식도 달랐다.
예를 들면 신랑은 내가 입는 옷들을 광대 같다고 놀렸고, 내가 좋아하는 빵은 치아버터나 바게트 같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빵인 것에 비해 신랑은 딸기잼이던 단팥이던 뭔가가 안에 들어 있는 빵이어야만 했다. ㅋㅋㅋ
시간에 대한 개념도 달라서 신랑은 거의 30분에서 1시간은 늦는 스타일이고 나는 10분 전에 도착하는 스타일.


첫 만남도 그랬다.
소개팅을 하기로 한 남자가 30분이 지나도 오지를 않길래 자리를 박차고 나갈까 고민하다가 주저앉았는데 결국 이 남자 옆에 평생을 주저앉게 되었다.
그때 잘 모르는 둘이서 하룻밤 불장난을 했는데 그 결과는 생명의 탄생이 되었고 그렇게 갑자기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부부가 되었다기보다는 부모가 되었다는 것이 더 맞을 듯. 우리에게로 온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동체로서 삶을 살기로 약속한 것이 우리의 결혼이었다.
(우리 일번이는 모르는 탄생의 비화. ㅋㅋ)


결혼식을 할 때부터 우리와 함께였던 나의 일번이.
요즘 사춘기가 와서 이상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참 속 깊고 마음 여린 나의 첫사랑.
그리고 누구보다 동생들을 사랑했던(지금은 사춘기라 싫다고 한다. ) 착한 오빠, 그리고 엄마 아빠가 우리 일번이 덕분에 부부로, 또 부모로 살아가게 되어 너무 감사한 녀석이다.
결혼하고 31살에 일번이를 낳고 32살에 이번이를 낳고 34살에 나연이, 38살에 사번이를 낳으며 나는 아이들의 육아 담당으로, 신랑은 그 아이들을 위해 쓸 자금 담당으로 서로 앞만 보며 10년을 달렸다.
그게 우리의 부부는 부모의 역할이라고 믿었기에.


그렇게 10년을 앞만 보고 달렸던 우리 부부에게 나연이의 부재라는 브레이크 타임이 걸렸다.

아이들에게 각 집 한 채 사주는 것이 목표라 아이들과의 살 부비는 시간도 절약하며 일하던 신랑은 이제 목표를 상실했고 그저 밥 주고 사랑 주며 육아를 담당하던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렇게 목표를 상실한 우리 부부는 3-4년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리고 이제 노선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오늘을 최고로 즐겁게 살고 좀 더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가져 보자고.

(그 노선을 바꾼 이후로 코로나가 발병하고 정말 매일같이 붙어 있게 될 줄은 몰랐다만. ㅋㅋ)

내일을 준비하는 삶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일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지는 말자고.


여전히 맞는 게 하나도 없는 부부지만 부모로서 살기 위해 서로 맞춰가며 노력하는 부부로 잘 성장하고 있다.

오늘도 같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사번이가 좋아하는 빨간 망토 차차를 보며 시작하는 우리 부부의 하루는 참 보람 지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에 태어난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